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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릅 Oct 11. 2022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용기가 있나요?

하나도 안 무의미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항상 무엇을 바삐 움직여야 활력을 느껴왔다. 하지만 휴일에 그냥 따분하게 산책을 해도 괜찮고 오직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가도 괜찮고 강아지를 껴안고 낮잠을 자도 괜찮다. 무언가 엄청난 것을 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특히 이번 달은 나를 새롭게 다잡고 정리하는 시기인 만큼 힘을 들여서 억지로 쏟아내고 싶지 않다. 한껏 여유를 부리면서 날씨를 느끼면서 햇살을 만끽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래도 된다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요즘 책을 읽는데 내가 만들어낸 생각과 에고에 대한 내용이 참 와닿는다. 명상을 할 때에도 이런 내용이 있는데 사회가 만들어낸 에고로 난 항상 흔들렸다. 특히 휴일에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기분이 안 좋았다. 황금 같은 휴일을 이렇게 무의미하게 보내다니 멍청해. 게을러. 넌 시간이 귀한 줄 모르지. 이렇게 나를 옭아맸다.


하지만  어때? 휴일을 그냥 의미 없이 보내면 어때. 빈둥거리면 어때. 근데 생각해보면 의미 없지 않았다. 남자 친구와 대부도에 가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웃었다. 우박이 오고 바람이 엄청 세게 불었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옷이  젖고 비를 맞았는데 말이다. 그냥 뭔가 자연을 통한 감정의 변화가 굉장히 즐거웠다. 보통은 그런 일이 자주 없으니까. 순수한 즐거움이랄까?


그래서 나는 내 기준치에 나를 맞추지 못했을 때 나를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비난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 심지어 내가 만들어낸 그 기준도 사회의 틀 안에서 맞춰진 것들이기에(돈을 위해 열심히 자기 계발하기 등)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행복, 지금 이 순간을 내가 행복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나의 하루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차피 나는 해낼 사람이기에, 성공을 위해 달려가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걷기로 했다. 얄팍한 성공에게 나의 행복을 내줄 수는 없다.


그렇게 나의 에너지가 정화됨을 느끼고 그 에너지로 삶의 가치관을 바꿀 것이다. 그 가치관이 곧 앞으로의 삶으로 직결되고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나는 분명히 믿는다. 돈을 위한 삶은 불행하다. 내가 현실감이 없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돈은 언제나 내 손에 있지 않다는 거다. 돈은 언제든 나가고 들어온다. 그게 무수히 반복될 거고, 내가 돈을 좇으면 쫒을수록 돈은 더 멀어질 거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집중하여 풍요로워질 삶을 기대하기로 했다. 그 풍요로 인해 돈은 나를 한 번쯤 돌아보겠지. 쟨 뭔데 날 안 찾을까? 아쉬운 사람이 원래 뒤돌아보기 마련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나같이 불안함을 느끼며 산다. 아마 더 불안하면 불안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다. 완벽주의이거나 사회적 기준에 나를 맞춰 넣어야 하는 상황이거나 책임감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거나 등등 각자의 사정이 있지만 난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한 번은 눈을 감고 아무렇지 않게 스스로를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이 쓸데없는 시간이 절대 아니다. 삶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엄청난 때이다.


무엇을 열심히 하기 전에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 삶에 대한 태도를 정하자. 막상 달려가서 원하는 걸 얻어냈을 때 과연 이것이 진짜 행복이 맞나?라고 의심이 든다면 다시 나의 삶의 태도를 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스스로에 대한 배신감과 혼란도 엄청날 거다. 그래서 나는 분명히 삶의 태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위해 달리고 싶지 않았다.


일단 달려! 일단 해봐! 매번 그렇게 해본 결과 힘이 빠지면 다시 회복하는데 오래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내 삶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한 번은 생각해 본 후 달려야 한다.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무작정 달려본 사람으로서 어차피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꼭 오게 된다. 나와의 대화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작은 속삭임에도 경청하자.

내 안에 답이 있는 건 뻔하지만 진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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