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릅 Apr 07. 2022

너랑 연애한 것 같아

너와 나의 지독한 우정

기억나? 우리 13년 동안 친구 하면서 뭐 그리 할 말도 많았는지 얼굴 본 날에도 새벽 내내 6시간 동안 히히덕거리면서 통화했잖아.



그러다가 내가 말 한번 잘못해서 미친 듯이 싸우고 화해하고 갑자기 뜬금없이 사랑 고백하고… 정말 지지고 볶고 별의별 짓을 다한 것 같아.



참 너랑은 남자 친구랑 헤어졌다가 만났다가 반복하는 느낌이랄까. 말이 친구지만 난 너랑 연애를 한 것 같다. 아니 이렇게 지독한 연애는 또 없을 거다.



넌 무엇이 그렇게 불안했던 걸까.

내가 무엇을 채워주지 못해서

넌 항상 불안했던 걸까.



난 고집이 셌고, 넌 멘탈이 쿠크다스였다.

난 억척스러웠고,  넌 마음이 여렸다.

난 둔했고 (눈치가 없고), 넌 예민했다. (촉이 좋다)

난 너무 참았고, 넌 너무 표출했다.



아마 이렇게 널 정의하는 것도 짜증 나서 부들거리겠지만 그래도 맞으니깐 어쩔 수 없어. 나는 너가 화날 걸 알지만 그냥 내 식대로 말했고 우린 그래서 또 싸웠지. 근데 웃긴 건 그럼에도 나는 너를 최선을 다해 이해하는 줄 알았거든.



너가 갑자기 급발진하면 나는 참았어. 참는 게 널 이해하는 건 줄 알았어. 그걸 너가 몰라줘서 그렇게 억울했는데 생각해보면 참는다는 건 너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었어.



인정하지 않았다는 건,

내가 너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미안해.




내 노력을 인정받길 바랬던 것 같아. 내가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길. 나는 널 인정해주지도 않으면서 이기적이게 말이야 그치.



참 이상하다. 애인 사이에서나 그런 줄 알았는데 친구사이에서도 난 너에게 마음을 넘치게 쏟고 있었네. 그것도 알아달라고 땡깡까지 부리고 참 피곤하기는.



시간이 많이 지났고 물론 난 만렙 어른이 아니라서 아직도 너를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제는 널 위해 참지 않아. 그냥 너는 너야. 그치.



내가 둔하고 돌려 말하지 못해서, 그냥 내뱉어 버리는 말 때문에 널 화나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내 친구로 남아줘서 고마워. 13년 동안 나랑 친구 하느라 고생 많았어 영릅.



- 널 많이 사랑하는 조릅이가



우리 커플이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