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만날 수 있을 거야
직접 가서 보니 그 집은 너무 예뻐서 눈이 부셨다. 서울 전망이 다 보이고 남향집이라 햇빛도 기가 막혔다. 평수도 적당했고 약간 복층 구조라 마치 시골 펜션 같았다. 여행 온 느낌이랄까. 정말 당장이라도 계약하고 싶을 정도로 너어무 예뻤는데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많은 집이었다. 사실 역에서 집까지 거리가 멀었지만 난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해서 상관없었다. 그럼에도 걸렸던 건 보통 부피가 큰 판넬 작업을 해서 짐이 많을 수 있는데 가는 길이 가파르고 비좁은 데다가 계단도 엄청 많았다. 택배로 받는다 해도 옮기다가 물건이 부서질 것 같은 비좁음이었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귀찮음과 짜증이 밀려와서 작업을 미루고 안 하게 될게 분명하다. 그럼 또 우울 해할 거고. 아무리 이상을 꿈꿔도 이럴 땐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난 나를 너무 잘 안다.
이 집은 산 좋고 시골스러운 풍경을 좋아하고 짐 많이 없는 사람이 혼자 살기에 적합하다. 스스로 위로를 하다가 미련이 맴돌아 어플로 다시 매물을 봤는데 집이 벌써 나가버렸다. 좋은 데는 다들 알아보나 보다. 좋은 사람을 놓친 만큼 아쉬웠다. 괜시리 슬펐다.
치.. 돈 많이 벌어서 원하는 작업실 바로 계약해버리는 날은 분명 올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