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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릅 Oct 28. 2022

[마구잡이 낙서 일기] 22/10/26-27

조릅이의 낙서 일기_39 엄마와 떨어지기

엄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


지금 엄마랑 사이가 좋지 않아서 우울감이 수시로 머문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덮어두는데 내 성격상 쉽지 않다. 엄마를 슬프게 해서 내가 잘못한 것 같고 죄책감이 든다. 어려서부터 내 삶에 통제가 강했던 엄마는 누구보다 나를 아낌없이 사랑했다. 엄마의 사랑이 너무 거칠고 가시 같아서 피가 줄줄 났지만 실제로 내 인생에 피와 살이 됐다. 엄마에게 고마웠다. 하지만 너무 미웠다. 난 엄마를 애증 한다.


엄마는 나를 울타리 안에서 지켜보고 케어했다. 울타리 밖으로 나가려 할 때마다 난 엄마의 눈치를 봤다. 엄마가 화를 낼 때 진짜 너무 무섭고 손이 떨린다. 그럼에도 나가고 싶었던 나는 참으로 도전정신이 투철했던 것 같다. 슬프게도 엄마로부터 내 결정의 80%는 좋은 소리를 못 들었다. 결국 엄마의 발악에 난 매번 울타리 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난 지금 누군가의 관여 없이(도움) 무언가를 온전히 다 해보고 싶어졌다. 설령 엄마가 속상해도 나의 미션이라고 정했기 때문에 행하고 싶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이렇게 까지 매몰차게 엄마를 떠난 적이 없다. 물론 그 전 까지는 엄마와 같이 살았으니 물리적으로 떨어질 수가 없었다. 붙어있게 되면 갈등이 생기고 그럴 땐 속이 답답했고 화가 끓어오를 듯이 났지만 참았다. 특히 엄마는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네 마음대로 살 거면 내 집에서 나가.’라고 했다. 그때마다 분했다. ‘내가 갈 곳이 어디 있다고 나가라는 거야? 이놈의 집구석 언젠간 탈출하고 말 거야.’라며 이를 갈았다.


그래서 이번엔 참지 않았다. 엄마가 나가라고 했을 때 진짜로 나갈 곳이 생긴 거다. 그래서 나는 망설이지 않고 나갈 수 있었다. 사실 엄마는 나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찬성했고 도왔다. 그게 문제였다. 난 나의 독립이 엄마의 손을 타지 않기를 바랐다. 왜인지 엄마의 손을 타게 되면 나도 모르게 엄마의 바운더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곤 엄마는 ‘넌 아직도 이런 걸 스스로 못하니?’라는 말을 무심코 하니까. 그 소리를 죽어도 듣기 싫었다. 이기적이고 매정한 딸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독립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몰랐던 걸 알고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부분을 겪고 있다. 엄마 기준에서 겪지 않아도 될 것들은 나에게 겪어야 할 것들이 될 수 도 있다. 이번 기회에 나는 온전한 나로 독립해서 살아내고 싶었다. 나는 당분간 엄마와 연락하지 않을 거다. 엄마와의 거리감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


런 일 때문에 며칠 마음이 불안했다. 글을 쓰고 나니  괜찮아졌지만 독립을 기점으로 아마  멋지게 살고 싶어서 불안했던 탓도 있는  같다. 시간을 허투루 쓰기 싫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싶은데  안되니 조금 속상했다. 어휴.. 이제 겨우 이틀 지났다. 겨우 이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하다. 나는 여유롭고 나는 무엇이든 해낼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

조릅, 충분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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