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릅이의 낙서 일기_39 엄마와 떨어지기
엄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
지금 엄마랑 사이가 좋지 않아서 우울감이 수시로 머문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덮어두는데 내 성격상 쉽지 않다. 엄마를 슬프게 해서 내가 잘못한 것 같고 죄책감이 든다. 어려서부터 내 삶에 통제가 강했던 엄마는 누구보다 나를 아낌없이 사랑했다. 엄마의 사랑이 너무 거칠고 가시 같아서 피가 줄줄 났지만 실제로 내 인생에 피와 살이 됐다. 엄마에게 고마웠다. 하지만 너무 미웠다. 난 엄마를 애증 한다.
엄마는 나를 울타리 안에서 지켜보고 케어했다. 울타리 밖으로 나가려 할 때마다 난 엄마의 눈치를 봤다. 엄마가 화를 낼 때 진짜 너무 무섭고 손이 떨린다. 그럼에도 나가고 싶었던 나는 참으로 도전정신이 투철했던 것 같다. 슬프게도 엄마로부터 내 결정의 80%는 좋은 소리를 못 들었다. 결국 엄마의 발악에 난 매번 울타리 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난 지금 누군가의 관여 없이(도움) 무언가를 온전히 다 해보고 싶어졌다. 설령 엄마가 속상해도 나의 미션이라고 정했기 때문에 행하고 싶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이렇게 까지 매몰차게 엄마를 떠난 적이 없다. 물론 그 전 까지는 엄마와 같이 살았으니 물리적으로 떨어질 수가 없었다. 붙어있게 되면 갈등이 생기고 그럴 땐 속이 답답했고 화가 끓어오를 듯이 났지만 참았다. 특히 엄마는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네 마음대로 살 거면 내 집에서 나가.’라고 했다. 그때마다 분했다. ‘내가 갈 곳이 어디 있다고 나가라는 거야? 이놈의 집구석 언젠간 탈출하고 말 거야.’라며 이를 갈았다.
그래서 이번엔 참지 않았다. 엄마가 나가라고 했을 때 진짜로 나갈 곳이 생긴 거다. 그래서 나는 망설이지 않고 나갈 수 있었다. 사실 엄마는 나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찬성했고 도왔다. 그게 문제였다. 난 나의 독립이 엄마의 손을 타지 않기를 바랐다. 왜인지 엄마의 손을 타게 되면 나도 모르게 엄마의 바운더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곤 엄마는 ‘넌 아직도 이런 걸 스스로 못하니?’라는 말을 무심코 하니까. 그 소리를 죽어도 듣기 싫었다. 이기적이고 매정한 딸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독립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몰랐던 걸 알고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부분을 겪고 있다. 엄마 기준에서 겪지 않아도 될 것들은 나에게 겪어야 할 것들이 될 수 도 있다. 이번 기회에 나는 온전한 나로 독립해서 살아내고 싶었다. 나는 당분간 엄마와 연락하지 않을 거다. 엄마와의 거리감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
이런 일 때문에 며칠 마음이 불안했다. 글을 쓰고 나니 좀 괜찮아졌지만 독립을 기점으로 아마 더 멋지게 살고 싶어서 불안했던 탓도 있는 것 같다. 시간을 허투루 쓰기 싫어서.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고 싶은데 잘 안되니 조금 속상했다. 어휴.. 이제 겨우 이틀 지났다. 겨우 이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하다. 나는 여유롭고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
조릅,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