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 드로잉 배우며 두 달 살기
오스트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는 린츠를 여행하기로 했다. 특별한 계획 없이 아침 8시 40분 기차를 탔다.
린츠 구시가지는 전차들이 다니고, 멋진 성당이 보이는 여느 도시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일부 남아 있는 린츠성에 오르고 성당을 둘러보니 특별히 할 게 없었다.
미술관에 가려고 했는데 월요일이라 모든 박물관이 문을 닫았다. 그걸 고려 안 하고 날짜를 잡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 자신이 어이없었다. 계엄이라는 어수선한 우리나라 상황에 나도 정신이 반쯤 나갔었던 것 같다.
중심가의 쇼핑 거리를 구경하는데 나이 든 사람만 보여 놀랐다. 얼굴에 주름이 많고 몸은 구부정하지만 고급스러운 옷을 멋스럽게 차려입고 천천히 걷고 있는 노인들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윤기 흐르는 모습에서 그들의 안정적인 생활이 느껴졌다.
린츠에는 이민자가 적은 지 아랍계나 아시아 쪽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한편 오후가 되자 학교가 끝나고 직장 일도 마쳤는지 거리에는 젊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구시가지를 벗어나니 젊은 사람들이 넘치고 거리에 활기도 넘쳤다.
오후가 되자 크리스마스마켓이 시작되었다. 린츠 구시가지에 있는 크리스마스마켓 분위기는 비엔나와 비슷하지만 먹거리를 파는 가게가 많고 음식 종류도 더 다양했다.
크리스마스마켓 화장실도 당연히 유료였다. 비엔나에서는 화장실 입구가 기계화되어 있었지만 이곳에는 사람이 앉아 돈을 받고 있었다. 우리도 어느덧 돈 내는 화장실에 익숙해졌다.
쇼핑가와 크리스마스마켓을 둘러보고 맥카페에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곳은 음료를 마셔도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가볍고 가격이 싸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두 달 살기를 하면서 보니 오스트리아에 맥도널드와 맥카페가 많이 있고 이용객도 많았다. 유럽식 카페 문화와 다른 맥 카페나 맥도널드가 주머니 가볍고 다른 사람 신경 쓰고 싶지 않은, 특히 젊은 유럽인들에게 잘 먹히는 것 같았다.
구시가지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공원에, 오전에는 없던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보았던 크리스마스마켓과 많이 달랐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있고 회전차도 있지만 상점 부스가 통일되지 않아 크리스마스마켓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파는 물건들도 잡화점에서 파는 물건처럼 보였다. 해가 일찍 져서 어두운 거리의 그 크리스마스마켓은 마치 동남아의 재래시장이나 야시장 같아 보여 웃음이 나왔다.
돌아오는 기차는 6시 32분. 기차 시간대가 촘촘해서 기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은 듯했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린츠 당일치기 여행으로 오스트리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