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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백 Feb 01. 2024

7. 팜플로나 여행 (4월 11일 화)

40일간 산티아고 순례길 그림일기 

순례길에서는 알베르게(기숙사) 한 방에서 남녀 구분 없이 여러 사람과 함께 지냈지만, 팜플로나에서는 이인용 호스텔(알로하 호스텔)에서 편하게 지내기로 했다. 남편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곳곳에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고 산책로도 많았다. 개를 데리고 나와 산책시키는 사람들과 따뜻한 햇볕을 쬐는 나이 든 노인들이 많이 보였다. 중세 모습을 간직한 거리는 잘 관리되어 있고 아름다웠다.

  팜플로나 박물관으로 갔다. 순례자는 무료입장이었고 도장(세요)도 받았다. 친절한 직원은 꼭 봐야 하는 유물이 전시된 방을 설명하고 기념 책갈피와 영어로 된 소책자도 챙겨주었다. 스페인어로 된 전시물은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직원들의 친절함에 감동했다. 

  까스띠요 광장에는 헤밍웨이가 머물러 유명해졌다는 카페 ‘이루나’가 있다. 스페인에서 먹어봐야 한다는 추로스와 초콜릿을 주문했다. 초콜릿은 생각보다 달지 않고 추로스를 찍어 먹으니 맛있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느긋하게 햇볕을 쬐며 광장의 북적임을 즐겼다. 

  팜플로나는 7월에 열리는 투우 축제가 유명하다고 한다. 커다란 투우장과 투우 관련 기념품 가게들이 많았다. TV에서 보았던, 골목에서부터 소를 몰아가던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요즘은 동물 학대 논란이 일어 투우도 옛날 같지 않다고 한다.       

                                                                   

사람이 많아 활기찬 가스띠요 광장

  팜플로나 대성당은 입장료 5유로가 아깝지 않을 만큼 볼거리가 많았다. 특히 초기 교회 발굴 현장을 실감 나게 전시한 공간과 성당 안쪽 정원과 회랑은 인상적이었다. 순례자들에게 꼭 들러보라고 추천한다.   

  

  타파스는 스페인에서 가볍게 먹는 간식 같은 음식으로 가게마다 다양한 타파스를 판다. 남편이 타파스를 먹자고 해서 바(bar)에 들어가 각자 맘에 드는 타파스를 골랐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센스 있는 직원이 포도주병을 놓아주며 사진 소품이라고 했다. 그럴듯한 사진이 나왔다. 덕분에 맛있는 타파스를 먹으며 즐거웠다.

  바(bar)마다 타파스 종류가 달라서 여러 바를 돌며 맛을 보는 게 ‘타파스 순례’라고 한다. 두 군데 들어갔다 나오니 맥주까지 마셔서인지 배가 불렀다. 더는 못 먹겠다는 내 말에 남편은 아쉬워했다.

  골목마다 사람들이 꽉 차서 움직이기 힘들었다. 골목 구경 사람 구경을 하며 까스띠요 광장으로 갔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였다. 한국에서라면 아이스크림 먹겠다고 줄 서지 않았겠지만, 분위기에 취해 우리도 긴 줄 뒤에 섰다. 사진을 보니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아이처럼 활짝 웃고 있다.  

   

  내일부터 다시 순례자다. 내일 새벽에 길을 헤매지 않도록 벽과 바닥에 표시된 순례길 표시를 확인하고 숙소로 돌아와 느긋하고 즐거웠던 팜플로나 여행을 마무리했다.       

                                                    

포도주병을 놓아주며, 멋진 사진을 남기라던 직원 말에 가슴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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