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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백 Feb 01. 2024

13. 빌바오 여행 후 다시 순례길로(4월 17일 월)

40일간 산티아고 순례길 그림일기

몇 년 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구겐하임 미술관과 거미 조형물을 보았으니 죽기 전에 할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웠다. 

  오늘은 시내 구경을 다녔다. 철길도 건너고 벽이 알록달록하게 색칠된 집들도 보았다. 빌바오 성당도 다시 갔다. 오늘은 문이 열려있어 들어갔다. 순례자는 무료라고 해서 입장료를 돌려받았다. 순례자라서 받는 호의가 고맙고 기분 좋다.

  거리에서 교복을 입고 걸어가는 학생 행렬을 보았다. 장난치는 모습이 우리나라 학생들과 똑같다. 어떤 학생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기에 나도 흔들었다. 활짝 웃는 장난기 넘치는 녀석이 귀엽다.

  타파스, 과일, 채소, 고기 등을 파는 리베라라는 현대화된 시장도 구경했다. 관광객들이 타파스를 먹으러 단체로 들어오며 북적거렸다. 하지만 우리는 스페인다운 분위기를 즐기며 타파스를 먹기 위해 스페인 전통 바(bar)로 향했다. 바(bar)에서 쾌활한 직원이 만들어 주는 타파스를 먹고 음료를 마시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밖으로 나온 후 성당 근처 길바닥에서 순례길 안내표시를 찾았는데 괜히 반가웠다.      

  호텔에 맡겨두었던 배낭을 찾아 버스를 타고 로그로뇨로 되돌아왔다. 빌바오에서 달콤한 이틀이 지나고 내일부터 다시 순례길을 걸어야 한다. 순례 의미는 각자 모두 다르고, 정답도 없다고 한다. 

  우리는 필요하면 순례길에서 이탈하여 여행하고, 또 팜플로나처럼 큰 도시에서는 이틀을 머문다. 또 하루 동안 걷는 거리, 정해진 일정도 없이 걷고 있다. 

  며칠 전에 만났던, 두 번째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 순례자는 첫 번째는 은퇴 기념으로 걸었고, 이번에는 자기 삶을 반성하는 의미로 고행길을 자처해 걷는다고 했다. 나에게 누군가 왜 걷느냐고 묻는다면 아무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도 묻지 않는다. 순례길이 끝나고 나면 이번 여정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답을 알 수 있겠지.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왜 걷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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