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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Dec 09. 2024

난 빨래

신아 신아 말라라

신아 신아 말라라 촉 촉 촉 촉

바람 바람 불어라 퐁 퐁 퐁 퐁

깜장 고무신 내 고무신 착 착 착 착

빨랑 빨랑 말라라 팡 팡 팡 팡


도랑물에 어푸어푸 감은 고무신

손에 손에 들고서 입맞춤을 쪽쪽쪽

산들바람 등에 태워 추릅추릅 흔들흔들

고무신에 짙게 배인 깜장물을 털어내네


깜장 고무신 내 고무신 귀에 대고 들어 봐

쉿! 가만가만 쏴아~~~ 바닷소리 밀려온다

나도 나도, 꼬까신 한 짝 친구 귀에 대어 주고

쉿! 조용조용 부웅~~~ 뱃고동 소리 불어온다


신기하고 희한해! 아기자기 조막눈 동그랗게 커져가네

깜장 고무신 내 고무신 신나게 부딪혀 바다 친구 부른다

어깨동무 내 동무 칙 칙 폭 폭 너도나도 줄지어 참 참 춤 춤

깜장 고무신 내 고무신 햇빛 물빛 부딪혀 바다 친구 들였네


우리 언니 혜야 언니 초롱초롱 눈을 밝혀 거울 물속 들여다본다 

개울물을 먹고 자란 오돌토돌 조약돌을 단박에 건져 올려  

우리 할매 거뭇 고무신 까끌까끌 조약돌로 뽁뽁 빡빡 문지르네

어디 보자, 때구정물 솎아내니 본디 얼굴 하양 고무신 되었다


안골목에 꼭지 언니, 디딜방아집 진옥이 언니 모두모두 모여라

우물가 빨래터 하늘 높은 방망이 질, 퍽 퍽 퍽 퍽 탁 탁 탁 탁

빠락 빠락 찰지게 치대어라 푹푹 팍팍 대차게 헹구어라 

어디 보자, 구멍 숭숭 깜장 걸레 풀물 먹물 덜어내니 하양 걸레 되었다


개구리 폴짝폴짝 호랑나비 폴락폴락 살랑살랑 송사리의 날쌘 춤사위

천둥벌거숭이 참방참방 얼기설기 손가락 그물 매번 허탕질에 약이 오른다 

세수하고 양치하고 머리 감고 빨래하고 하루 때를 벗겨내던 그곳 무릉도원

저녁밥 짓는 물양동이 성화에 수도 펌프 물 길질 꺼억꺼억 해가 기운다

 


어릴 적 우리 마을 공동 새미, 우물가 풍경이 이토록 정겨울 수가........

언니와 전화 통화하면서 입에 침이 마를 때까지 말을 이어가며 한참을 웃었다.

놀이터이자 빨래터, 사랑방이었던 우물가 봇도랑에서 "우리가 그랬었지" 그랬었다.


언니가 "넌 여전히 빨래를 좋아하더라" 하였다.

지지난 여름날 주야장천 세탁기 옆에 붙어 있던 나를 보고 한 말이었다. 

"흠, 좋아한다기보다는 내가 뭐가 묻어있는 것을 보면 가만 두지 못해"

"빨래를 하고 나면 직성이 풀린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가전제품 중에 세탁기가 제일 고마워!"


청소, 빨래, 설거지 이 중에서 뭐 할래?

"난 빨래"

세 자매가 모여 집안일을 나눌 때면 혜야 언니는 청소한다 하고 난 항상 빨래한다 했단다.

빨래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내가 그랬다나 어쨌다나.


그렇다.

그 옛날에도 지금도 변함없이 난 빨래를 즐긴다.

매일매일 털고 닦고 씻어대도 빨랫감이 산더미다.

오늘도

난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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