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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Dec 02. 2024

문지기가 된 은행나무

돌고 도는 인생

집 앞 고등학교 교문 옆에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골목을 사이에 둔 건너편 중학교에는 은행나무가 줄을 지어 담을 두르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드는 것이 참 예뻤다!

지나는 길, 간혹 꾸린내 난다며 유난을 떠는 이도 있었지만 

나는 그 향기마저도 구수하니 참 좋았다!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떨어진 은행 한두 알 주워와 화분에 툭 던져두었다.

헉! 이것이 이듬해인가 싹을 틔웠다.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웬일이야 웬일!

서너 해가 지나니 풍채 야무진 나무로 자랐다.



 재건축으로 이주를 해야 했다.

새로이 이사 가는 곳은 베란다가 협소하여 화분 둘 곳이 없어 정리를 해야만 했다.

벤자민, 사랑초, 은행나무, 열대야자, 남천, 키 큰 선인장,........ 

키가 커고 무거운 아이들은 필요한 사람들 가져가게끔 집 앞에 내다 놓았다.

궂은날이면 꿈쩍도 하지 않는 허리에다 온갖가지 질병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던 터라 

혼자 힘으로 화분을 들고 옮기며 가꾸는 일이 더 이상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이기도 하였다.

내놓는 쪽쪽 금세 사라졌다.

추위에 홀로 떨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

창밖을 내다보며 미안한 마음에 벌을 서고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예쁜 아이들이니 잘 키워주세요'

'사랑받고 잘 자라렴' 

기도하고 기도했다.



이사를 하고

이듬 해의 절반이 지난 어느 날,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낯익은 누군가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어머머머! 

저기 봐 바.

웬일이야, 웬일?

우리 집 은행나무다!

문지기가 되어 서 있는 은행나무, 출가할 때보다 의젓해져 있었다.


나무야, 나무야, 

여기서 너를 다시 보게 되다니, 감동이야 감동!

눈물 핑, 콧물 훌쩍.

반갑다, 반가워!

고맙다, 고마워!



돌고 도는 인생!

있을 자리로 돌아온다.

돌고 도는 인생!

만날 자리로 돌아온다.


오가며 그 가게를 지난다.

은행나무가 인사한다.

나도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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