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묵상
동녘 하늘 별이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하면
한껏 청아해진 풀벌레 소리에 내 오랜 기다림이 술렁인다.
서랍에 넣어둔 설운 님 고운 님 되어 오신다는 약조를 꺼내 만지작만지작
고운 님, 오늘은 오실라나 기대에 부푼 얼굴 별빛에 부비고 섰다.
동녘 하늘 별이 소복소복 영글기 시작하면
한껏 애잔해진 풀벌레 소리에 고운 님 생각 더욱 간절해진다.
기나긴 세월 켜켜이 쌓인 약조를 만지작만지작 기다림이 하염없다.
고운 님, 왜 이리 걸음이 더디오 우수에 젖은 눈 별빛에 씻고 섰다.
동녘 하늘 별이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하면
한껏 멀어져 가는 풀벌레 소리에 내 오랜 기다림은 초조해진다.
두툼한 세월 빛바랜 약조를 만지작만지작 고이 접어 서랍에 다시 또 들였다.
고운 님, 내년에는 오시겠지 쓸쓸한 발걸음 별빛에 달래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