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나 아이롱
미경아, 아이롱이 뭐꼬?
다리미를 아이롱이라 카나?
엉? 아이롱? I R O N, Iron?
음~, 맞다. 원래는 철을 뜻하는 미국말인데 다리미를 가리키기도 한다.
근데 와?
요 앞전 장날에 다리미 하나 살라꼬, 명희 큰아버지가 하는 전파상에 안 갔나.
거가 비잡다.
사람 도시 앉았뿌면 꽉 차삔다.
들어가니 내랑 얼추 비슷해 보이는 아주마이랑 새댁이 와 있더라꼬.
사돈 양반한테 다리미 사러 왔다 카니
명희 큰엄마더러 창고 가서 아이롱 돈나 가져오라 카는 기라.
아이롱?
처음 들어보는 말인 거라.
촌구석에 사는 내가 뭐 아나.
요새 새로 나온 물건인갑다 했재.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하더라꼬.
새댁한테 물어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모른다 카는 기라.
옆에 물어봐도 마찬가지고, 아는 사람이 없더라꼬.
헌데 들고 나오는데 보니 다리미더라.
이 아이롱이 어쩌고 저쩌고, 저 아이롱이 저쩌고 어쩌고...
입만 열면 아이롱 아이롱
아이고야, 사돈 양반 입에 아이롱이 주저리주저리 달리더라.
그랬나!
그냥 다리미라 카면 될 낀데...
별시럽다.
멀쩡한 우리말 놔두고 되다 안 한 꼬부랑말을 와 그리 했싸는 공.
그러게.
명희 큰아버지 철 좀 드셔야 되겠다.
37년생 소띠, 우리 엄마는 늘 배움에 목말라하셨어요.
일제 강점기 때,
외할아버지가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벌이셨다고, 그래서 가족들 모두 일본에서 몇 년간 살았다고.
광복이 되고 향수병에 걸린 외할머니가 자식들을 데리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셨다네요.
친정 동네 가까이 집을 구해 정착했지만 외할머니 혼자 꾸려가는 살림 어려움이 많았겠죠.
그러다 전쟁 나고.
초등학교 끝을 맺지 못한 엄마는
'내가 공부만 했어도 이래는 안 살 낀데'라고 후회와 한탄이 섞인 자조적인 말을 심심찮게 했어요.
89년 그 언저리 같습니다.
주말에 집에 갔더니 엄마가 그러시는 거예요.
생소한 말이 엄마의 마음에 파란을 일으켰나 봅니다.
그래서 "엄마, 영어 배워볼래" 했더니.
"말라꼬, 농사일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다" 하시며 반야심경을 염송 하셨어요.
내년이 말의 해 더라고요.
아울러 소통하는 자리에
가는 말 오는 말, 안장에 모두가 아는 친숙한 우리말을 앉혀
막힘없이 순탄하게, 말 잘 달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