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
칼바람이 낯을 베니 얼얼했던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는 사람도 힘들었지만 집짐승들도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보리갈이 끝나면 기나긴 칩거생활에 들어갔던 가축들.
아침 점심 저녁, 먹을 거라고는 쌀등겨 솔솔 뿌려 푹 끓인 짚죽뿐이었으니.
온종일 여물여물 우물우물 되새김질로 삭막한 시간을 때웠다.
동장군 들이닥치던 밤,
문지방을 넘나드는 황소바람에 고뿔 소리가 가랑가랑.
마구간 송아지 엄마 품에 얼굴을 파묻고 엄모 엄모.
헛간 염소 짚 더미에 몸을 파묻고 엄매 엄매.
사람이나 짐승이나
겨울나기가 참 만만찮았다.
늦가을 아침,
아버지, 밤밭에 사는 염소 끼니를 챙기러 경운기를 몰고 나가셨다.
"오늘은 이것 먹고 내일은 저것 먹고 하나만 안 먹는다 카이"
"소처럼 움쑥움쑥 못 먹는다. 나박나박 얄팍하게 썰어줘야 된다."
입 짧은 염소 구미를 맞추느라 들이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시다.
산중 곡간에 재물이 넘친다.
콩깍지도 모아 뒀고 갈비도 끌어뒀고 호박도 쟁여놨고...
"아버지, 벌써 겨울맞이 다 해두셨네요?"
"금방이다. 미리미리 대비해야 된다 카이" 뉘를 두고 하는 말씀이신지.
소한 대한 동장군님들 쉬이 쉬이 지나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