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의 쪼매난 택배

특별한 택배 상자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by 이미경

2026년 3월 13일


큰언니의 특별한 택배 상자 릴레이, 올해 첫 주자가 도착했다.

1번 레이서의 유니폼은 빨간 사과 박스.

두근두근 설렘 안고 상자를 열었다.

달래, 시금치, 겨울초, 상추, 쪽파 그리고 쑥.

거실에 펼쳐 놓으니 채소밭이 따로 없었다.

박스를 정리하러 바닥에 깔린 신문지를 걷어냈더니 밑에 또 무언가가 있었다.

구더기 무서워 장 안 담그는 동생을 위해 된장,

매일 달걀은 떨구지 않고 먹는 달걀귀신 붙은 가족을 위해 청계란 15개 들이 2판.

그야말로 어메이징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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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15분.

저녁 상차림까지 2시간여 남짓.

어정거릴 새가 없었다.

바로 작업 들어갔다.

씻고 데치고 썰고, 바빴다.


두부 넣고 달래된장찌갤 끓였다.

오징어와 새우를 올려 파전을 부쳤다.

청계란은 물이 끓기 시작한 후 7분 더 삶아 찬물에 헹궈 바로 껍질 까서 계란장조림을 만들었다.

깨소금, 참기름 팍팍 뿌려 시금치나물을 무쳤다.


아들아,

큰이모가 보내 준 걸로 차렸다.

보약 밥상이다.

자, 먹자.


봄향기 듬뿍 우린 된장찌개를 한 술 뜬 아들, 연달아 감탄사를 터뜨렸다.

먹고 먹고 또 먹고 밥 세 그릇을 말끔하게 비웠다.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에 기운이 넘쳤다.


배 두드리며 언니에게 전화했다.


"언니야, 왔어!

저녁 해 먹고 한다고 전화가 늦었네"


"쪼매나다.

너거 식구 한때는 안 먹겠나"


콧등이 시큰하였다.



다음날,

쌀뜨물에 들깻가루와 찹쌀가루를 풀어 쑥국을 끓였다.

겨울초는 매실액을 더해 새콤 들큼한 재래기로 만들었다.

상추는 씻어 목살구이와 나란히 뒀다.


평소엔 고기 옆 채소는 거덜떠도 안 보는 아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나의 품평에 배춧잎만 한 상추를 집어 크게 한쌈 쌌다.

사각사각 씹어 꿀떡 넘기더니 "진짜네!" 하였다.

작은 잎은 두서너 장 포개어 줄기차게 쌈을 싸댔다.


"상추가 원래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아니, 큰이모표라서 맛이 특별난 거야"

"이모는 어떻게 농사짓길래 보내주는 것마다 다 맛있지?"

"비결이라면 정성 아닐까?"

"우리 이모, 참 고맙다!"

"그지, 우리가 복이 참 많아!"



특별한 택배 상자 릴레이 2번째 주자는 아마 머위랑 취나물을 주렁주렁 달고 올 것이다.

1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이어지니 어느 달에 무엇이 올지 훤히 꿰고 앉았으니...

아우성 봄, 큰언니의 쪼매난 택배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