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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Feb 20. 2024

모델 고양이

인연

총총 총총 살금살금

야아 옹 야아 잉

멈칫 멈칫 두둠칫


초저녁 고양이 총총 총총 살금살금 다가오네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갸우뚱갸우뚱

기다리는 님이신가 하고 나를 반긴다


한밤중 고양이 야아 옹 야아 잉 앙칼진 소리로 위협하네

후다다닥 후다다닥 거칠고 빠르게 벽을 타며 

야속한 님아 하며 나를 쫒는다


새벽녘 고양이 멈칫 멈칫 두둠칫 마주 보네

긴가민가 알듯 말듯 눈 맞춤을 하고서는 

배회하는 님이네 하고 나를 비켜간다



* 우리 아파트에 길냥이가 몇 마리 살아요.

  흑마법사 고양이, 고등어 고양이, 꼬리 몽땅 고양이, 우유에 발 퐁당 고양이, 어머 아기잖아 고양이,......., 

  그리고 모델 고양이가

  저녁 산책 나가면  우르르 몰려들어요.

  며칠 전, 이방인의 출현에 궁금증을 해소하고는 다른 고양이들은 다 떠나가는데, 

  모델 고양이가 혼자 남아 마치 사진 찍기를 허락한다는 듯이 가만히 포즈를 취해주지 뭐예요.

  여유롭게 카메라에 담고서

  "고마워! 안녕, 내일 또 만나" 인사를 하고 이제 가야 한다고 손을 흔드니 한참을 빤히 쳐다보는 거예요.

  가는 걸음 붙잡기라도 하듯이 말이에요.

  쉬이 떨어지지 않는 찹찹한 발걸음에 뒤돌아보니, 

  그 자리에 그대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어서 잠깐 엄마 생각이 스쳤어요.

  네 눈에 맺힌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모습일까요?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안아주고픈 모델 고양이예요.

  인연이 깊은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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