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총총 총총 살금살금
야아 옹 야아 잉
멈칫 멈칫 두둠칫
초저녁 고양이 총총 총총 살금살금 다가오네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갸우뚱갸우뚱
기다리는 님이신가 하고 나를 반긴다
한밤중 고양이 야아 옹 야아 잉 앙칼진 소리로 위협하네
후다다닥 후다다닥 거칠고 빠르게 벽을 타며
야속한 님아 하며 나를 쫒는다
새벽녘 고양이 멈칫 멈칫 두둠칫 마주 보네
긴가민가 알듯 말듯 눈 맞춤을 하고서는
배회하는 님이네 하고 나를 비켜간다
* 우리 아파트에 길냥이가 몇 마리 살아요.
흑마법사 고양이, 고등어 고양이, 꼬리 몽땅 고양이, 우유에 발 퐁당 고양이, 어머 아기잖아 고양이,.......,
그리고 모델 고양이가
저녁 산책 나가면 우르르 몰려들어요.
며칠 전, 이방인의 출현에 궁금증을 해소하고는 다른 고양이들은 다 떠나가는데,
모델 고양이가 혼자 남아 마치 사진 찍기를 허락한다는 듯이 가만히 포즈를 취해주지 뭐예요.
여유롭게 카메라에 담고서
"고마워! 안녕, 내일 또 만나" 인사를 하고 이제 가야 한다고 손을 흔드니 한참을 빤히 쳐다보는 거예요.
가는 걸음 붙잡기라도 하듯이 말이에요.
쉬이 떨어지지 않는 찹찹한 발걸음에 뒤돌아보니,
그 자리에 그대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어서 잠깐 엄마 생각이 스쳤어요.
네 눈에 맺힌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모습일까요?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안아주고픈 모델 고양이예요.
인연이 깊은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