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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Mar 12. 2024

냥이님, 모델료는 어떻게 할까요?

츄르 츄르냥! 냐옹!

지난번 '모델 고양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은 그 이후 이야기입니다.


모델 고양이는 다른 길냥이들에 비해 온순해 보입니다.

광선검 레이저 눈빛을 쏜다거나, 앙칼지게 발톱날을 세워 벽을 타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의 하루는 평상에서 요가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고독을 즐기기도 합니다.

인기척에 날 선 경계심을 드러내지도 않으며, 주위에 있는 듯 없는 듯하다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합니다.

눈치를 살짝 보는 것 같긴 한데 제 하던 일 마저 끝내야지만 자리를 비켜 줍니다.

걸음걸이는 얼마나 도도한지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


제가 모델 냥이님 사진을 찍고 모델료를 어떻게 지급해야 할지 몰라, 슬로 작가님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작가님이 츄르를 추천해 주시어 우리 집 첫째가 헤어볼 케어 참치맛 츄르를 사 왔습니다.

주머니에 넣어 다니다 딱 마주쳤네요.

전용 식탁에서 츄르를 먹고는 

바로 모델료 지급에 관한 협상을 하였습니다.

츄르 하나에 사진 촬영권을 따내었지요.


쌍방합의가 아닌 저의 일방적인 조건제시였기에 협상이 결렬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을 하였습니다만,

이후 전용 식탁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또한 제 생각일 뿐입니다.

갑과 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계약서를 따로 쓰지는 않았지만, 

그간 보여 준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구두 약속을 충분히 잘 이행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가 냥이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아둔합니다.

혹시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집사님들 따끔한 충고 부탁드립니다.


*협상 중인 모델 고양이와 우리 집 첫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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