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성진과 임윤찬 빈에서의 공연
총평

Seong-Jin Cho, Yunchan Lim in wien

by franciscopaik




20250125_205650.jpg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은 10년이 지난 2025년 빈 콘첼트하우스

메인홀에서 데뷔 독주회를 가졌다. 10년 동안 그가 조급함을 갖지 않고 하나하나 쌓아 올려 이룬

결정체를 1월 25일 이 홀에서 빈의 청중에게 들려주었다. 콩쿠르 이후 계속해서 그를 지켜봤던

필자는 남다른 감회가 떠올랐다. 10년 전 콩쿠르에서 1점을 준 심사위원 Philippe Entremont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광분하여 글로써 비난했던 일, 이후 갑자기 홍수같이 쏟아져 들어온 초청

연주로 20세의 어린 나이에 힘들어하면서도 연간 80회가량의 공연을 극복해 낸 일, 그라모폰과 계약하고 음원 작업을 하면서 공연과는 또 다른 밀도 있는 작업에서의 성과, 랑랑의 대타로 2017년 11월 베를린 필과의 데뷔, 카네기 홀 데뷔 독주회, 마티아스 괴르네, 사비네 마이어, Sol Gabetta 등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과의 협업을 통한 음악적 성장, 빈 필, rco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통한 피아니스트 인지도 확장, 그리고 꾸준한 독주회로 자신의 레파투어를 확장시켜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의 관문에 막 들어선 현재의 상황..... 2024/25 시즌 베를린 필의 상주 연주인으로 지명

받고 한층 더 상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인다.


1년에도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콩쿠르를 통해,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초대를 통해, 독주회를 통해

음악계에 등장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꾸준하게 연주 활동을 이어가는 피아니스트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극소수에게만 허락된다. 조성진의 10년간 행적을 보면 선배 공연 전문 피아니스트의

길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커리어를 쌓아 이제는 안정적인 솔리스트의 길에 들어선 것 같아 보인다. 필자는 이 모든 과정보다도 더 그의 성장에 주목한 부분은 음악적 정체성이 확립되어 가고 있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번 1월 25일 빈 독주회에서 보여준 라벨은 작곡가를 대변한 정확한 언어에서, 밀도면에서, 표현력에서, 테크닉적으로, 청중의 가슴을 파고드는 흡입력에서, 2시간이

넘는 공연 중 한치의 흐트럼이 없는 초 집중력에서, 그를 뒷받침하는 넘치는 에너지에서 연주

전문 피아니스트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가 넘치게 충족된 최상의 독주회였다.

28, Jänner, 2025. wien franciscopaik.





20250123_214020.jpg

20세의 임윤찬은 그 나이에서만 할 수 있는 건강함, 과감함, 거침없는 표현력으로 빈의 청중에

다가갔다.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빈 음악애호가들은 매우 조심스럽고 컨설바티브한 시각으로 음악인들에게 문을 연다.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최상의 환대를 받는다 할지라도 그들만의 잣대와 틀을 가지고 평가하여 판단하고 그 문은 오랜 연륜을 쌓아 오로지 전문 연주자로의 삶을 옹골차게 살았는가를 확인하고서야 만 열린다.


이번 공연에서 필자는 임윤찬의 조급함이 느껴졌다. 라프마니노프에서 정점에 빨리 다가가 자신의 장기인 테크닉적 화려함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 조급함, 피아노 독주회와는 달리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은 앙상블의 밀도 호흡, 음악적 교감이 중요한데 자신의 독주에 더 비중을 둔 앙상블의 부제가 전체적인 연주의 완성도에 문제점을 보였다. 조성진은 빈의 음악애호가의 마음을 얻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을 인내하고 기다렸다. 두 번의 콘첼트하우스 중간 홀인 모짜르트 홀에서의 독주회로 인정받았고 이번 독주회를 통해 빈에서 조성진의 단단한 mania층이 형성되리라고 생각된다. 임윤찬의 빈에서 인지도는 매우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4월 공연을 무리하게 날자를 바꾸면서까지 Großer Saal로 옮긴 것 또한 조급함이 느껴졌다. 이 공연도 한국인으로 만석을 이루리라 생각된다. 한국에서 아이돌 같은 인기는 참 음악인의 길에는 매우 위험한 걸림돌일 것이다. 빈에서 까지 과잉보호를 받고 이곳 청중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 최정상급 선배들이 청중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성장하기를 부탁하고 싶다.




20230524_201651.jpg



20230524_220803.jpg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은 자신의 공연에 찾아와 준 청중을 위해 그들의 신분이 어떻든, 위치가

어떻든 모두에게 마음을 다하여 연주 후 피곤을 무릅쓰고 따뜻한 미팅을 갖는다.




20230524_201705.jpg




20230123_215213.jpg



20230123_221156.jpg




20230505_202039.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