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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copaik Dec 06. 2024

임윤찬, 조성진 그리고 김선욱 -2

한국의 피아니스트


음악의 도시 wien에는 musikverein (Großer Saal 1,744석 좌석과 300 입석,  Brahms-Saal 600석 )과 Konzerthaus wien (Großer Saal 1,865석,  Mozart-Saal  704석,  Schubert-Saal 366석) 양대 연주 홀이 있다. 이 두 연주 홀 Großer Saal에서 독주회를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는 한정되어 있다. Grigory Sokolov, Jewgeni Kissin, Daniil Trifonov 정도의 현존하는 피아니스트가 2,000석 가까이 되는 홀을 꽉 채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그들은 티켓값에서도 제일 높은 위치에 있다. 조성진도 빈에서 독주회를 

하면 메인 홀에서 아직 못하고 Brahms-Saal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분류되는 연주자의 빈에서 

선호도 잣대가 가장 이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들 눈높이의 기준은 오직 피아니스트의 외길로 얼마나 전문 연주인 삶을 옹골차게 살고 있나 가 첫 번째 조건일 것이다. 올해로 74세의 소코로프는 23/24 시즌에 

66회의 연주 일정이, 53세가 되는 키신은 올해 40회가 넘는 공연 일정이, 33세가 되는 트리포노프는 전반기에만 34회 연주일정을 소화했다. 



임윤찬 - lim yunchan   2004년 3월 20일 생


바흐 시대 때는 현대에서 사용하는 피아노가 없었다. 쳄발로(cembalo, harpsichord, clavecin)와 오르간이 그 시대 작곡가의 작곡에 필요한 건반 악기였다. 바로크 시대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태리에서 조금씩 달랐던 연주법(바로크 시대의 독특한 시대적 연주법- aufführungspraxis)은 20세기 이전 녹음이 잔존하지 않아 

구전과 책을 통해 전해져 지금도 정격 음악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소콜로프는 당시 작곡가인 바흐와 라모의 연주를 독일 바로크 시대 스타일과 프랑스 스타일의 차이점을 연구하고 두 작곡가의 곡을 연주할 때 철저한 고증을 통해  우리나라 지방마다 사투리가 다르듯이 차이가 있다. Augmentation, diminution, 트릴의 형태 등을 분석하여 반영하고 있다. 현대 피아니스트가 바로크 음악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철저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섣불리 연주하면 잘못된 부분이 확연하게 드러나 질책받기 때문이다. 임윤찬의 바흐를 들어보면 연구가 부족한 모습의 많은 허점이 드러난다. 


20세의 임윤찬에 완벽한 바흐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바흐부터 리스트까지 모든 피아노곡을 다 섭렵하려 들기보다는 이제 철저한 계획을 세워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작곡가를 찾아 밀도 

있게 연구하기를 바람에서이다. 현대 피아니스트는 어쩔 수 없이 바로크, 고전, 낭만, 후기 낭만, 현대로 나눠 전문 피아니스트로 분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크 음악의 질서, 고전 음악의 질서, 조금 넓어진 낭만 음악에서의 질서 등 클래식 음악에서의 질서 안에서의 연주는 시대의 정체성을 그려내는 것으로 질서 안에서의 도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거의 모든 우리나라 연주자들이 아킬레스의 건 같이 극복하지 못하는 성향을 보였다. 필자는 임윤찬에게 조급함을 갖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아직 그가 가야 할 음악 여정은 멀고도 긴 시간이 남아있다. 시행착오도 겪어 보고, 팬들의 성원에 너무 취해 있지도 말고, 크리틱커가 나열한 미사여구에 현혹되지도 말고, 쓴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 정체성을 

확립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를 넘어 세계인에 존중받는 참 음악인으로 남기를 기원하고 있다음악도시 빈의 양대 연주 매인 홀에서 독주회를 열 수 있는 최초의 우리나라 피아니스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이런 기대는 임윤찬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성진 - seong-jin cho  1994년 5월 28일 생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는 확연하게 달라진 생에 갈림길에 서 있었다. 한 해 연주해야 할 공연의 숫자도 늘고 팬 카페가 생겨 그가 연주회를 가지면 일본, 유럽 등 거리를 불문하고 찾아다니는 마니아도 생겨났다. 유럽, 미국, 아시아를 넘나들면서 광폭의 연주 활동은 전문 연주인의 숙명이지만 20대 

초반의 피아니스트가 감내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조성진은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이력을 쌓아나갔고 한국을 대표하는 무거운 어깨를 이겨내고 이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이 갖춘 

피아니스트로 올라섰다. 지난해 넬손스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가진 슈만 피아노 협주곡, 올 1월 rco와 Santtu-Matias Rouvali 지휘의 쇼팽 협주곡 1번의 공연은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이후의 행적을 대변해 주는 결과물로 섬세함과 범접하지 못할 우아함 속에, 30대에 들어선 피아니스트로 보이지 않는 

순수함과 건강함이 돋보였고 완숙미까지 갖춘 훌륭한 연주였다. 근자 그의 연주에서 가슴에 파고드는 것이 

있다면 이제 정말 음악을 온전히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 음악에 시야가 넓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같은 음가에서 미묘한 길이의 변화를 통해,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언어 안에서 자신의 건강하고 

맑은 영혼을 펼쳐 보이고 슈만에서는 모차르트보다도 넓혀진 음악 질서를 통해 템포의 자유로운 변화, 음량의 레인지 폭을 넓혀 깊이 있는 인간의 내면 소리를 들려준다. 쇼팽에서는 우아함을 토대로 영롱하고 수정같이 맑은 또 다른 피아노 칼라의 진수를 들려준다. 이제 정말 참 음악에 눈이 떴다는 표현이 적확한 그의 발전은 자신의 솔로나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와의 작업뿐만 아니라 마티아스 괴르네 같은 성악가와 또 다른 악기들과 실내악을 협업을 통해 참 음악의 실체를 파고들어 온전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김선욱 - sunwook kim   1988년 4월 22일 생


피아니스트였다가 지휘자로 전향한 후 오랜 기간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고 있다가 피아니스트로 공연할 때 

벌어지는 현상이 있다. 그동안 음악적으로 성장한 머리가 오래 쓰지 않은 손과 너무나 커진 괴리로 인해 뇌가 요구하는 것을 손이 해결하지 못해 자기 뜻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실패의 현상이다. 쉽게 이야기해 보면 지휘자 정명훈이 가끔 피아노 연주하는데 매우 평범한 부분에서조차 섬세함에서, 피아노가 감당되지 

않는 모습에 당황하는 그를 보면 얼마나 전문가의 영역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오랜 기간 지켜본 김선욱은 어려서부터 지휘자의 꿈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휘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했었다. 김선욱은 정명훈과 매우 닮아 있는 유형의 피아니스트다. 피아니스트로 손의 컨디션이 아주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폭넓은 레파투어를 갖기 힘든 조건이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등 초기 낭만파의 전문

피아니스트의 길이 바른길이었지만 한국의 청중들은 그것을 존중하지 않고 심지어 조롱하는 경우도 있었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들은 김선욱과 같은 작곡가들의 심도 있는 연구로 세계에서 가장 존중받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충분히 가치 있는 길을 걷고 있는 김선욱에 대한 한국 청중들의 시선으로 그는 할 수 없이 늦은 나이에 꿈꿔왔던 지휘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이미 30대 중반의 나이에서 전공을 바꾼다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매우 위험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휘자의 길은 피아니스트 때와는 달리 광범위한 레파투어를 소화해야 하고 그 이전에 오케스트라 메커니즘을 뼛속 깊이 품고 있어야 한다. 피아니스트로서 협연을 많이 했다 해도 오케스트라의 습성과 앙상블의 구조 원리, 소리를 만드는 방법 등은 오랜 시간 축적되어 몸에 배어있지 않으면 절대 오케스트라 단원을 설득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대 지휘자뿐만 아니라 현대에서 정상급 지휘자들은 20대 초반부터 오퍼의 코레페티투어로 들어가 바닥부터 공연 예술의 메커니즘을 배웠다. 지휘자 김선욱이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비록 늦은 지휘자의 길이지만 두 세배의 노력으로 참 지휘자가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이제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에서 피아니스트를 과감히 던져  버려라. 

또다시 피아니스트와 병행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순간 두 마리 토끼를 다 잃는다는 생각으로 오로지 지휘자의길만으로 매진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작년 6월 24일 경기 필과의 공연을 유튜브로 보고 난 소감을 간략하게 적어 봅니다."

지휘자가 포디움에 올라서부터  10분 정도를 지나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의 성향, 능력, 앞으로 있을 공연의 성패 등이 파악된다. 대 지휘자들은 포디움에 걸어오는 순간부터 오케스트라 단원의 시선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보이고 포디움에 올라 바로 오케스트라를 압도해 버린다. 그리고 지휘자 역시 10분 정도면 오케스트라의 역량 파악을 끝낸다. 이날 공연에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1악장에 클라리넷의 두오 솔로는 

이 교향곡의 시작부터 곡의 절정으로 매우 중요한 악절이다. 지휘자는 두 명의 클라리넷 솔로가 큰 음정 차이가 있었음에도 방치하였고 클라리넷 주자가 알아서 할 엑센트까지 과하게 요구하여 곡의 흐름을 방해했다. 

지휘자가 암보로 지휘한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그것보다도 얼마나 곡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오케스트라 단원을 설득했는지가 더욱 중요한데 김선욱의 그날 연주는 심하게 말하자면 지휘자가 포디움에 올라가 혼자 도취하는 듯 오케스트라의 정밀한 앙상블을 이루지 못했고 두서없는 곡 해석으로 필자도 매우 실망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지휘자는 온 에너지를 쏟아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포디움에 선 김선욱은 매우 연약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포디움에 선 지휘자는 발가벗겨진다. 지휘자에 대해 평소 알지 

못했던 그의 생이 바로 적나라하게 보인다.  

                                                    5, février  2024.  Saint-Étienne-du-Rouvray    franciscopaik. 


위 글을 쓴 10여 개월 지난 지금 상황이 많이 변해있음에 필자는 너무 놀랐고 그들의 성장은 그들의 젊음만큼이나 값진 결과물로, 더 기대가 되는 것은 위 세 명 모두 우리나라 음악도들에 한결같은 성장의 공간이 아직 

가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 인지되었기 때문이다. 임윤찬은 chopin 12 études op. 10 

음원 발표로 전 세계 음악인들에게 세기의 음원으로 남을 한 획을 이루었고 베를린 필 상주 연주인으로 많은 

공연을 베를린 필과 함께한 조성진은 베를린 필뿐만 아니라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에 초대받아 공연을 

통해 그의 성실함과 함께 여느 피아니스트가 범접할 수 없는 귀풍의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오직 피아노

만을 화두로 집중한 삷을 살고 있음을 확인시켜 이제는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을 결과물을 쌓아가고, 

김선욱 역시 필자의 우려를 조금씩 걷어내는 경기 필과의 지휘자로써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6, Dezember  2024.  in wien.  franciscop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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