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이 지나도 살아있는 깨달음
내겐 2천년이 지나도 살아있는 깨달음이 있다. 바로 손자병법이다.
현인의 말씀이 13편의 책으로 전해져와, 세상이 쓰고 나르며, 그들의 손때가 묻은 깨달음의 집약체인 손자병법. 현재 대한민국의 서점 곳곳을 가면, 손자병법 번역본부터 시작해 서른에 읽는, 마흔에 읽는,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까지. 그만큼 손자병법은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 깨달음의 존재이다. 허나, 여기서는 손자병법을 전략서로 바라보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감상에 돌입하기 전, 손자병법을 다시 읽게 된 이유를 들려 드리고 싶다.
20대의 시작부터 군대와 함께여서인지, 전략서로서의 손자병법은 내겐 익숙했었다. 매년 그리고 매번 주변에서 추천하는 책에는 손자병법이 들어가 있었다. 당연히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손자병법을 빌려서 읽었고, 손무라는 사람은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짧은 감탄과 함께 책을 덮었다. 분명히 어떤 생각을 했었지만, 당시에는 기록의 중요성을 몰라 그 내용은 전해져 내려오지는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0명이 넘는 중대원들을 책임져야 하는 예비 중대장이 되었다. 물론 독서 자체를 게을러 하지 않아, 정관정요나 한비자, 논어 등 동양의 유명한 고전들은 두루 읽었다. 하지만 여전히 무엇인가 텅 빈 느낌이었다. 이런 책들을 통해 나만의 사상과 철학은 정립했지만, 정작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한 채, 나만의 전술관을 아직 정립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대위지휘참모과정 동안 나만의 전술관을 확립하고자, 다시 손자병법을 꺼내 들었다.
다시 톺아본 손자병법 중 나에게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4가지가 생각난다.
첫째, 지피지기 백전불태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다. 대위지휘참모과정에서 하는 공부 중 전쟁의 정보 분석을 하는 것이 있다. 정보 분석의 백미는 적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의 강·약점을 분석하며 적 예상 상황도로 표현하는데, 이는 방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기초가 될 수 있다. 상급부대가 부여한 과업도 중요하지만, 상급부대의 첩보와 우리들의 정보자산·지식으로 분석한 적은 온전히 우리들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다.
적이 우리 손아귀에 있으면, 어떤 행동을 해도 위태롭지 않고, 효과적으로 격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적을 분석하듯이 우리의 강·약점을 알면, 어떤 작전을 펼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이는 마치 메타인지처럼, 우리 부대가 가진 것들을 생각할 수 있고 이는 부대에 이익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도록 스스로 성찰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둘째, 선승구전이다. 이기고 나서 싸우는 것으로, 지피지기 백전불태에 이어 가장 중요한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보와 전략에서의 승리를 의미한다. 정보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채널로 수집을 하여, 적의 능력을 분석한다. 이를 이용하여, 우리들의 실력을 다지고, 능력을 키워 언젠가 조우하게 되면, 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전쟁에서는 간부의 전술과 용사의 체력 등이 중요하고, 국제사회에서는 첩보와 정보를 통해 우리의 위협을 파악해, 동맹을 강화하고 우방은 넓히어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상대가 예측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 또한, 정보와 전략에서의 승리를 의미한다. 다만, 위와 다른 점은 선승구전은 정보수집에서의 우위였다면, 예측할 수 없게 만듦은 정보보안에서의 우위인 것이다.
군사적으로 보았을 때, 북한군은 무인기와 인간정보 자산을 활용하여 한국군의 정보를 수집한다. 여기서 그들의 자산을 무력화하고 이를 역이용하여 잘못된 정보를 보여주거나 흘리면, 상대로 하여금 예측할 수 없게 한다.
전술·작전술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보았을 때, 정보라는 테두리에서 우리의 작전계획, 무기체계를 적 또는 우리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국가로부터 지키면, 마치 적 입장에서는 선승구전의 노력을 위해 정보수집을 시도하였으나 그르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상대가 예측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상대가 선승구전할 수 없게끔 만드는 것이고, 우리가 선승구전을 하게 되면, 상대의 행동은 예측되는 모종의 명제 사이의 대우 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2천년이 지난 병법서를 현재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보면, 손자병법의 인상 깊었던 내용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바로 인지전이다.
현재 인터넷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전장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를 역이용해 그들은 선전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국제사회 또는 상대의 의지를 와해시키는 효과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