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장은 어떤 상황이든 소대원을 품어주어야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당직이었다. 하룻밤을 꼬박 새운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휘통제실에서 아침점호를 할 채비를 했다. 아침점호 5분 전, 갑자기 지휘통제실의 전화가 울리었다. 상황병이 받더니, 곧바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중대장님, 7중대에서 환자로 1명 열외 할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고 그 많고 많은 25분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이제야 보고를 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이영진 병장이랍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침대 속에 일과 복장인 전투복이 아닌, 체육복만을 입고 누워있는 영진이가 떠올랐다. 화가 머리끝까지 찼다.
“무슨 소리야 점호 직전에 그런 얘기가 왜 나와? 점호 나오라고 해라”
확인하고자 바로 7중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영진이는 체육복을 입고 생활관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다음 반응이 더 가관이었다. 되려 영진이는 어이없어하는 목소리로 중대장님, 저 진짜 아픕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화가 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저 따로 미리 환자로 종합받은 뒤, 아침 점호 간에 이야기하면 아프구나 생각하면서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점호 직전에 갑자기 환자라고 주장한 사람이 나타나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늦게 일어나고, 점호 나가기는 귀찮고, 그래서 아프다는 핑계로 점호를 나가지 않으려는 그런 용사가 그려져 있었다.
어찌 되었든, 영진이에게 너 나오기 전까지는 아침점호 안 한다고 얘기했고, 영진이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연병장으로 나왔다. 점호를 약 5분 정도 늦게 했는데, 그래서 마지막 마무리인 뜀걸음은 하지 않고 점호에 나온 친구들을 생활관으로 돌려보냈다.
마침 영진이의 소대장인 영호와 같이 당직근무를 해서, 영호에게 현재 상황을 모조리 전달했다. 영호는 연신해서 죄송하다고만 했다. 하지만, 내가 영호에게 얘기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영호야, 너 영진이한테 가서 위로해줘라. 아침부터 큰 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많이 상했을 것 같은데, 네가 영진이 얘기를 들어줘. 대신 점호 열외를 늦게 보고한 것은 잘못이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자고 하자.”
소대장은 소대원을 이끌어야 한다. 이때,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관계가 된다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그들에게 의심할 여지없이 임무를 부여할 수 있다. 소대장은 결코 소대원을 버려서는 안 되고, 어떤 상황에서든 소대원을 품어줄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저명한 잘못을 저질러(예를 들면, 중대장에게 지나치게 항의한다든지) 혼나더라도, 같이 담배 한 대를 같이 피며 앞으로 잘하자며 다독이는 그런 사람이 소대장이어야 한다.
특히, 영호는 소대원들과 장난을 자주 치며, 깊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괜스레 중대장 때문에 그런 관계가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