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들은 모두 각자의 쓸모가 있다.
우리 중대에는 고혈압과 허리 통증으로 항상 훈련과 체력단련에 열외 하는 인원이 한 명이 있다. 바로 경훈이 인데, 지병이 심해서 굳이 힘이 많이 드는 일을 시키진 않는다. 물론, 중대장으로서 중대원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기에 빠지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아픈데 어떡하겠는가. 환자인 친구들조차 내가 뭐라고 하면, 그들의 사기만 떨어지지 결코 득이 되지는 않는다.
대신 경훈이는 중대장인 나에게 가끔 와서
“중대장님, 긴히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하면서, 용사들의 편의 관련된 것을 종합해서 물어봐 주었다. 물론 본인도 원하는 것이기에 나한테 얘기하는 것이지만,
예를 들면
1) 몸이 아픈데 중대장에게 말씀드리기 눈치 보이는 친구들을 대신 이야기해 준다든지,
2) 소대 생활관을 꾸미고 싶은데 마찬가지 이유로 나에게 말하기가 부담되는 친구들을 대신해 이야기해 준다는지
등등 어떻게 보면 용사들의 대변인이었다.
경훈이 덕분에 중대를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끔 간부들 중에 용사가 환자라고 열외를 하면 날 선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우리 중대 경훈이처럼 용사들 또한 각자의 쓸모가 있다. 경훈이는 훈련에는 참여를 못하지만, 대신 용사들의 편의를 대신해서 중대장에게 전달해 주고, 중대원의 분위기를 대신 알려주는 고마운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