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뒷모습을 공유한다는 건

by 화가율
고양이의 뒷모습 warercolor, 2022



눈이 오고 난 다음다음 날

따스한 겨울 햇살에 눈이 녹고 있었고, 태양을 온전히 난방용으로 쓰기 위해

그림자가 짧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대에 산책을 나섰다.

가끔 스치듯 만났던 노을빛 갈대 색 고양이가 멀찍이서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꽤 오고 가고 있었고 고양이는 잠깐씩 풀숲으로 숨었다가 다시 나오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걷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를 발견하면 언제나 그러했듯, 반가운 마음으로 뒤따르며 속도를 내었다.

고양이는 신경이 쓰인다는 듯 흘깃 뒤돌아보더니 좀 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급한 마음에 말을 건넸다.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나오는 줄 알았다.


"같이 가자."

"..."

고양이는 무심히 앞만 보며 걸었다.

나는 더욱 간절해진 마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혼자 걷는 것도 나쁘진 않아.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가끔 이렇게 맑고 예쁜 날에는 함께 할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


햇살을 받아 더욱 빛나던 고양이는 걸음을 옮기며 대답했다.


"너한테는 네가 있잖아."


홀연히 총총 풀숲으로 사라지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발걸음에 힘을 실으며 되뇌었다.


'맞아. 나한테는 내가 있잖아!'


그 후에도.

나는 노을빛을 품은 그 고양이가 단단해진 나의 뒷모습을 꼭 한 번쯤은 바라본 적이 있을 거라 믿는다.

담담히 그리고 단단히 뒷모습을 보여주는 고양이들을 만날 때면 나는 서두르지 않고 슬쩍 미소를 머금는다.






너의 모습 watercolo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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