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에게 말을 걸었다

by 화가율


늘 생각이 많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을 무책임하게 흘려보내며 살아왔다.

내가 그 생각들을, 나 자신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된 건

온전히 혼자가 되었을 때부터이다.

나라는 사람이 꽤나 예민하고 그만큼 에너지를 많은 곳에 쓰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그리 관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처를 자주 받으면서도 알아차리고 다독이지 못했다는 것을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되었다.

타인의 시선과 감정이 먼저 보였고 느껴지는 탓에 나의 감정을 살피고 보듬을 여유를 갖지 못했다.

공격적이거나 아팠던 상황이 와도 ‘내가 과민한 건가?’로 묻어두면 모든 게 괜찮을 줄만 알았다.

그러다가 나는 내 속의 온갖 상처들이 살갗으로 번져 나와 드디어는 외부를 차단할 정도에 이르렀을 때

그렇게 한동안 철저히 혼자가 되어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시작된 ‘걷기’는 처음 몇 계절 동안 짓누르는 무거움과 함께였고

그저 시간을 죽이던 한 걸음 한 걸음이었다.

계절이 온전히 한 바퀴를 돌아갈 때 즈음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고,

새의 말소리가 들려왔고 노을이 너무 황홀해 한동안 바라보는 날이 많아졌다.

길가에 핀 작은 들꽃을 보면 인사를 했다.

작고 연약해 보였던 들꽃은 강했다. 계절이 변하며 사라졌던 그들은

이듬해 자신의 계절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인사를 건네는 습관이 생겼다.


“안녕” “반가워” “ 너 참 예쁘구나”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어.”



걷고 또 걷다가 watercolor,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