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산책 끝 멈춰 선 곳에서 나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제야 진짜 나무가 된 것 같아."
차가운 바람결 하나에도 온몸을 떨던 작은 나무였던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처음 피워낸 꽃송이를 기억한다고 했다.
숲이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만 했던 여리고 빛나던 첫 봄의 작품을.
그리고 마침내 어느 해 뜨거운 여름날,
푸르른 쉼을 만들어낸 자신에게 사람들과 동물들이 찾아왔을 때는
스스로가 기특하고 신이 나 어깨가 들썩였다며 잔잔히 웃었다.
한동안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지그시 눈을 감았던 나무는
담담히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혹독한 겨울이 되면 풍요롭던 나뭇잎들은 여지없이 떨어져 나가는데,
그 순간만큼은 늘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워..."
그렇게 겨울에서 겨울로
수십 번의 계절을 지나온 커다란 나무는 덧붙여 말했다.
"각각의 계절은 그렇게 나름의 이야기를 품고,
아픔과 기쁨의 둑 사이를 흐르는 강물과도 같아.
그 둑에 잠시 머무를 수는 있겠지만 얼른 내려와 물줄기에 다시금 몸을 맡기면
흘러가는 풍경들 속에서 어느새 호수처럼 잔잔해진 물결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또다시 봄은 피울 것이고,
알차게 맺은 여름은 평온한 가을을 데리고 와
고요한 겨울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게 되겠지.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는
새롭게 피워 낼 수많은 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