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가지가 많은 커다란 나무

by 화가율


나무 watercolor, colored pencil, 2021



기나긴 산책 끝 멈춰 선 곳에서 나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제야 진짜 나무가 된 것 같아."


차가운 바람결 하나에도 온몸을 떨던 작은 나무였던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처음 피워낸 꽃송이를 기억한다고 했다.

숲이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만 했던 여리고 빛나던 첫 봄의 작품을.

그리고 마침내 어느 해 뜨거운 여름날,

푸르른 쉼을 만들어낸 자신에게 사람들과 동물들이 찾아왔을 때는

스스로가 기특하고 신이 나 어깨가 들썩였다며 잔잔히 웃었다.

한동안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지그시 눈을 감았던 나무는

담담히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혹독한 겨울이 되면 풍요롭던 나뭇잎들은 여지없이 떨어져 나가는데,

그 순간만큼은 늘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워..."


그렇게 겨울에서 겨울로

수십 번의 계절을 지나온 커다란 나무는 덧붙여 말했다.


"각각의 계절은 그렇게 나름의 이야기를 품고,

아픔과 기쁨의 둑 사이를 흐르는 강물과도 같아.

그 둑에 잠시 머무를 수는 있겠지만 얼른 내려와 물줄기에 다시금 몸을 맡기면

흘러가는 풍경들 속에서 어느새 호수처럼 잔잔해진 물결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또다시 봄은 피울 것이고,

알차게 맺은 여름은 평온한 가을을 데리고 와

고요한 겨울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게 되겠지.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는

새롭게 피워 낼 수많은 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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