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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시아 Oct 08. 2022

시험관 1차 동결 이식 후 1, 2차 피검사를 받다

오래 준비했던 시간이 무색할만큼 더디게 간 일주일.

3일 배양 10일 차, 1차 피검사를 받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아침에 더블체크 테스트기로 확인을 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2년 전의 임신은 두줄을 보여줬지만, 피검사 수치가 7이 나와서 화학적 임신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예 몰랐으면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 두줄을 보고도 수치가 안 나왔던 것을 경험해보니 두려웠다.


반차를 내고 간 병원에서는 진료 없이 간단히 피검사만 했다.

 집까지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안 난다. 시험을 보기 전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긴장이 되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텔레비전을 틀어놓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울리지 않는 핸드폰만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병원입니다. 피검사 결과 알려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1차 피검사 수치 218.09로 임신 수치 나오셨어요.
2차 피검사는 3일 뒤에 오시면 돼요. 그때 뵐게요!”


전화기 속 간호사님께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뒤,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남편은 회의 중이라 바로 전화를 받지 못했다.

문자로 피검사 수치를 남겨둔 뒤, 나만큼이나 걱정이 많았을 엄마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에게는 임신테스트기 2줄을 확인했다는 것도, 오늘이 피검사라는 것도 말씀드린 상태였다.

그렇지만 먼저 전화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연락할 때 받아달라고. 좋은 결과면 바로 말씀드릴 거고, 아니라면 나중에 연락드리겠다고…


뚜르르르.


신호음이 한 번도 채 울리기 전에 엄마가 전화를 받으셨다.

“엄마..”라고 입을 떼자마자 눈물이 왈칵 나왔다.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계속 울었더니 엄마가 당황하셨다.

“왜.. 저번처럼 수치가 안 좋아? 괜찮아 괜찮아. 아직 젊잖아. 울지 말고..”

“아니 그게 아니고.. 수치가 너무 좋아요. 218이 나왔대요. 10 이상만 나와도 임신인데 200이 넘게 나왔어요.. 나 이번엔 진짜 됐나 봐요..”

눈물로 범벅된 목소리로 간신히 내 소식을 전했더니, 이제 엄마가 우셨다. 엄마의 울먹이는 소리를 듣고 나도 계속 눈물이 났다.


그동안 몸도 마음도 고생 많았다며 다독여주시면서 앞으로는 더 조심히 지내고 아기를 잘 지켜보자고 하셨다.

나는 여전히 불안했기에, 엄마에게 겁이 난다고 말했다.

2차 피검사 수치도 잘 나와야 하고(자궁외 임신 걱정), 아기집도 봐야 하고, 심장소리도 잘 들어야 해서(고사난자 걱정)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금 좋은 만큼 나중에 속상한 일이 생길까 봐 겁이 난다고 했더니 엄마는 괜찮을 거라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라고 하셨다.


엄마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잔뜩 받고 전화를 마치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이미 엄마랑 통화하면서 한바탕 운 뒤라서 울지 않고 코를 힘껏 삼킨 뒤, 씩씩하게 말할 수 있었다.

여보 나 이번엔 진짜 임신인가 봐!!!!



3일 뒤, 2차 피검사 때는 진료를 받았다.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하기 며칠 전부터 주사와 질정 부작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배란 7일 차쯤부터인 것 같다.

프롤루텍스를 맞은 주사 부위가 심하게 간지러웠다. 긁지 않고서는 견디기 어려웠다.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긁다 보니, 배는 아토피가 생긴 듯 피부가 일어났고 점점 검어졌다.

더 심한 것은 질정으로 인한 간지러움이었다.

배란 유도부터 인공수정까지 시도한 시기 동안 몇 년간 질정을 사용했어도 한 번도 간지러운 적이 없었는데, 아래가 간지러워서 잠에서 깰 정도였다. 다행히 냄새가 나지는 않았지만, 고통스럽게 간지러워서 새벽에도 두세 번씩 깨서 아래를 씻고 와야 겨우 잠들 수 있을 정도였다.

의사 선생님께 이 두 가지를 말씀드렸다. 프롤루텍스 부작용은 질정으로 바꾸면 해결이 되는데 질정도 부작용이 난다고 하니.. 곤란해하셨다. 이미 테스트기에서 두줄이 나왔고, 1차 피검사 수치도 확인이 되었기 때문에 질염 약을 쓰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하셨다.

조금 더 자주 씻고, 잘 건조시키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으라고만 해주셨다.

대신 배에는 약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주셨다. 임산부나 아기가 써도 되는 약한 스테로이드지만, 하루에 두 번을 초과하지 말라고 하셨다.

출근 전과 퇴근 후에 한 번씩 발랐고, 약효는 좋았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집에 와서 들은 2차 피검사 결과는 709.52였다.

수치가 정상적으로 잘 올랐으니 일주일 뒤에 아기집 확인하러 오라고 하면서 “임신 축하드려요~”라는 말씀도 전해주셨다.

1차 때는 축하한다고는 안 하셨는데, 이제 진짜 정말 확실히 임신인 건가! 싶었다.


사실 1차 피검사 수치를 보고 ‘혹시 두 개가 다 착상이 돼서 쌍둥이가 생겼나..?’ 생각했지만,

2차 피검사 수치가 생각보다 많이 오른 것 같아 보이지 않아서 쌍둥이는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임신 카페에 쌍둥이 가진 사람들의 피검사 수치를 봤는데 1, 2차 모두 수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쌍둥이든 단태아든 다 상관없었고, 1주일 뒤에 볼 아기집을 기대하며 일주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냈다.

여전히 배와 아래는 끔찍하고 미치도록 간지러웠지만.



2차 피검사 이후의 일주일은 참 더뎠다.

역시나 아무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원포 임신테스트기로 매일 임신테스트기의 진하기를 확인해봤다.

이틀에 한 번씩 hcg 수치가 뛰므로 이틀에 한 번만 테스트해봐도 된다고 하지만, 하루 사이에 연해질까 두려워서 매일 했다.

아직 사놓은 임신테스트기가 많이 남아있기도 했고.

매일 아침 긴장과 안도를 가져다 준 원포 임신테스트기.


아기집을 확인하러 가는 날.

남편도 반차를 써서 같이 갔다. 남편은 긴장하면 손에 땀을 쥔다.

문학적인 표현일 거라고만 생각했던 ‘손에 땀을 쥔다’가 실제 한다니… 귀엽다. 히히

남편도 나만큼 떨리고 긴장했는지 손엔 땀이 촉촉했고, 쉴 새 없이 땀을 닦아 내린 바지가 촉촉해질 무렵, 내 이름이 불렸다.


아기집이 잘 보여야 할 텐데.. 두근거리다 못해 쿵쾅대는 심장으로 초음파 검사기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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