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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시아 Oct 06. 2023

6개월 쌍둥이 엄마의 복직 첫날

9개월간의 휴직을 마치고 출근하기 전날, 나는 꼭 첫 출근을 준비하는 기분이었다. 혹시나 늦잠을 잘까 걱정도 했지만 소풍 가기 전날의 학생처럼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아기들이 깰까 봐 조심스레 이불을 걷어내고 빠져나오는 찰나, 엄마의 빈자리를 알아챈 건지 아기들이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은 문을 닫고 나와서 출근 준비를 했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준비하는 시간에 팝송이나 인기 가요를 들었는데 오늘 내 모닝 bgm은 홈캠을 통해 보는 쌍둥이의 옹알이였다.

6개월 끝자락의 아기들은 서로의 얼굴을 만져보거나, 움직임을 응시하면서 제법 서로를 인지한다.

어둠 속에서 꼼지락대는 아기들을 보며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후줄근한 잠옷 대신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출근을 준비한다.

공동 육아에서 남편의 독박육아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남편의 회사는 아빠들의 육아휴직까지 자유로운 회사이고,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그렇지 못해서 남편 혼자 쌍둥이 육아를 하게 됐다.

육아휴직 기간을 온전히 쓰지 못한 채, 돌도 안된 아기들을 두고 출근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남의 손이 아닌 나만큼 아기들을 사랑하는 남편이 봐줄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복잡한 마음을 안고 복직한 첫날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지냈다.

남편은 잘 돌보고 있으니 걱정 말라며 중간중간 사진을 보내주었다. 고마운 남편, 다정한 아빠.



퇴근 버스에서 내려서 한달음에 집까지 달려갔다. 아기들은 열두 시간 만에 보는 날 빤히 보다가 씩 웃어줬다.

울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조금 서운하긴 했다.

그래도 아빠가 빈틈없이 잘 놀아줬다는 의미일 테니까 서운해하지 않기로 한다..


아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마지막 이유식과 목욕은 내가 시키기로 했다. 육아만 할 때는 지나가는 하루 일과 중 하나였을 뿐인 것들이, 새삼 소중했다.

목욕까지 마치면 곧 잠잘 시간이라 아기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아기들을 바라보며 교감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졸려서 눈을 비비는 아기들을 토닥토닥해주며 속삭인다.

‘오늘 많이 울지 않고 아빠랑 잘 놀고, 잘 자라줘서 고마워. 엄마는 주말에 많이 놀아줄게. 엄마가 우리 아기들 하고 싶은 것 다 하게 해주고, 먹고 싶은 것 다 사줄 수 있는 멋진 엄마가 될 테니까 우리 아기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자. 엄마랑 아빠가 늘 우리 아기들 옆에서 지켜줄게. 사랑해.’

아직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기들이지만, 다정한 목소리에서 사랑을 느껴줬으면 한다.


아기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곯아떨어진 채 마무리된 복직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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