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 나가는 존재
나는 가끔 스스로를 도둑 같다고 느낀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말투와 행동을 따라 하며 자라고,
어른이 된 뒤에도 어린 시절 보았던 태도와 습관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부터 온전히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학교에 가서도 비슷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고 말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이미 누군가가 발견하고 정리해놓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역사도, 언어도, 수학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먼저 쌓아둔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창의성조차 완전한 무에서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타인의 생각과 경험, 지식의 조각들을 가져와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조합한다.
결국 나 자신도 남들에게서 얻은 퍼즐 조각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살아가는 존재인지 모른다.
그렇게 보면 도둑이 아닌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영향을 받고,
누군가가 남긴 언어와 지식을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각자의 생각을 만든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는 더더욱 작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먼지보다도 작은 존재,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 말이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질서도
사실은 모두 사람이 만든 것이다.
공간의 규칙도, 돈의 가치도, 숫자와 시간의 체계도 그렇다.
법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법을 절대적인 기준처럼 여기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 역시 사람이 만든 장치다.
종교적 윤리, 관습, 역사적 경험 같은 것들이 쌓이면서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한 기준으로 정리된 결과에 가깝다.
문제는 그 기준을 만든 존재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은 온전하지 않다.
쉽게 흔들리고, 모순적이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기준조차 타인에게는 잘못으로 보일 수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했던 행동이
누군가에겐 상처로 남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법은
완전한 진리라기보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서로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놓은 안전장치에 가깝다.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규칙이라기보다,
최소한 서로를 덜 해치기 위해 그어놓은 선이라고 느낀다.
이쯤 되면 내가 왜 스스로를 먼지 같다고 표현하는지 설명이 된다.
나는 남들이 만들어놓은 공간 안에서 살고,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돈이라는 권력 안에서 움직이고,
정해진 숫자와 시간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이 세상에 완전히 속한 사람이라기보다
잠시 머무는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남들이 만든 질서 속에서,
남들에게서 가져온 조각들로 나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존재.
그게 지금 내가 떠올리는 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감각이 꼭 부정적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내가 수많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존재라면,
앞으로는 어떤 조각을 내 안에 남기고
어떤 조각을 덜어낼지 선택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단순한 도둑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져온 조각들로
끝없이 나를 다시 만들어가는 사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