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를 건너는 기록
예전에는 이런 순간이 있었다.
머릿속이 지나치게 조용해지고, 마음이 휑해질 때면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찾아와 나를 괴롭히곤 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생기면 예전처럼 휩쓸리지 않는다.
편한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거나, 일기와 기록을 통해 그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 한다.
이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고 싶다.
반대로 조금 줄이고 싶은 방식도 있다.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어느 정도 적응한 뒤부터 그것을 마스터하기 전까지 다른 것을 잘 보지 않는다.
끝까지 파고드는 힘은 분명 내 장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장점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특히 끝이 보이기 시작할 때, 그다음 확장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 두려울 때가 있었다.
그래서 어떤 날은 기분이 좋을 때만 그 두려움을 잊고 부딪혀 보기도 했다.
기록하는 일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게 기록은 자기 복구 시스템에 가깝다.
나는 생각이 깊은 편이고, 혼자 정리하는 힘도 있다.
그런데 그 힘이 지나치면
고요가 공허로, 공허가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럴 때 기록과 대화는 흐름을 바꿔준다.
내게 그것은 멘탈이라는 엔진을 식혀주는 냉각 장치 같은 존재다.
과열되기 전에 식혀주고, 멈추기 전에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하나를 시작하면 마스터하기 전까지 다른 걸 잘 보지 않는 성향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내 장점 중 하나다.
깊게 파고들고 끝을 보려는 힘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문제는 확장해야 할 타이밍을 놓칠까 봐 스스로도 두려워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완성이 아니라, 70%에서 확장하는 것이다.
70% 정도 완성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또 다른 확장을 병렬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완벽하지 않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두려움은 줄어들고, 흐름도 끊기지 않는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이 불안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완성은 멈춰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끝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흐름을 끊지 않는 것이다. 완성은 그 흐름 위에서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