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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수미 Sep 22. 2023

#책5. 『한밤의 아이들』

살만 루슈디 2011 문학동네

 

 이렇게 수다스러운 작가가 있을까? 2권을 합쳐서 1000페이지를 읽는 동안 나는 살만 루슈디에게 혹사당했다. 눈으로 읽지만 귀도 시끄러웠다. 그러나 그는 재미난 이야기꾼이다.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잠시도 『한밤의 아이들』에서 눈을 뗄 수도 없었다. 살만 루슈디는 완벽한 이방인이다. 인도인도 아니고 파키스탄인도 아니고 영국인도 아니다. 이방인은 때론 외롭지만, 때론 자유롭다. 인도에서 1947년에 독립하기 전에 태어난 살만 루슈디는 자신이 이방인임을 내세워 인도의 역사와 인도의 신화를 신랄하게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는 남근 신화가 있다. 우뚝 솟은 돌덩어리 하나 세워놓고 아들을 기원한다. 힌두교에도 남근 신화가 있다. 파괴의 신 시바는 젊은 남자로 변하여 수행자들의 부인을 유혹했다. 수행자들은 부인들을 희롱한 남자의 성기를 잘라버렸다. 나중에 시바는 화가 나서 자신의 성기를 스스로 잘랐고, 세상의 생식은 멈추었다. 여성의 창조신인 샥티가 여자의 성기 모양으로 변신해서 시바를 유혹했고, 시바는 그 유혹에 넘어가 자신의 성기를 다시 붙였다. 그제야 모든 생물들의 생식이 다시 돌아왔다. 힌두교에서 남자의 성기인 링가를, 여자의 성기인 요니를 만들어 숭배했다.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의 주인공 중의 한 명은 이 시바 신앙에서 나왔다

 1947년 8월 15일 인도가 독립하는 날. 초능력을 가진 1001명의 아이들이 태어났고, 가장 먼저 태어난 아이는 봄베이 영국인 주택가에 살던 아흐메드 시나이와 아미나 사이에서 태어난 살림 시나이이다. 아니 제일 먼저 태어난 아이는 음유 악사의 아들인 시바이다. 시나이 가족의 가정부가 부유층에 적대적인 남자 친구를 위해 살림과 시바를 바꾸었다. 살림은 두 번째 태어났지만, 첫 번째 태어난 지위와 영광을 누렸다. 그래서 『한밤의 아이들』의 주인공은 살림 시나이이다. 『한밤의 아이들』의 서른 한 개의 피클통에서 살림이 태어날 때는 일곱 번째 피클통 때였다. 주인공은 살림 시나이지만, 살림의 외할아버지가 1915년에 독일의 유학생활에서 돌아온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살림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신혼여행을 갔고, 어떻게 자식들을 낳아 길렀는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 우리의 주인공인 살림 시나이를 만나기 위해. 다행히 살만 루슈디는 수다스럽긴 하지만, 몰입감을 주는 작가이다. 그는 『한밤의 아이들』로 세 번의 부커상을 받았다.


 어쨌든 살림 시나이는 태어나 부유한 가정에서 어부가 가리키는 손가락 그림을 보고 자랐다. 그가 뒤바뀌어진 것이 밝혀질 때까지. 가상의 이야기에 비밀이 있을 리가 없다. 『한밤의 아이들』에서 작가는 적당한 시점에 가정부의 실토로 살림과 시바가 뒤바뀐 사실이 밝혀진다. 하지만 십 년이 넘도록 키운 엄마는 살림이 자기 자식이라며 더 지극히 보살핀다. 『한밤의 아이들』은 환상소설 같지만, 엄연히 역사소설이다. 1947년부터 1977년까지 이어진 인도의 암흑기가 주인공이다. 단지 살림과 시바를 데려다 썼을 뿐이다. 살림 시나이는 서른 한 개의 피클통에 이야기를 담는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드는 이는 피클회사 직원이자 살림의 연인인 파드마이다. 파드마는 인도에서 ‘연꽃’을 의미하기도 하고 ‘똥’을 의미한단다. 파드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고 웃고 잠시 몸을 감추기도 하지만 듣는 이의 역할에 충실하다. 『한밤의 아이들』을 읽으면서 이방인 살만 루슈디는 철저하게 인도와 거리를 두는구나 생각했다. 그의 펜 끝은 인도 최초의 총리 자와할랄 네로의 딸 인디라 간디여사에게 향한다. 이야기 형식을 빌려 인도의 역사와 신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서문에서도, 본문에서도 인디라 간디 여사에 대한 적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타고난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직접 읽기로 하고... “왜”를 생각해 보자.

*루슈디는 왜 <한밤의 아이들>을 썼는가?

 

1. 이방인 루슈디 - 무슬림도 아니고 무슬림이 아닌 것도 아니고, 인도인인 것도 아니고, 파키스탄인도 아니고 영국인도 아닌 이방인 루슈디. 그래서 인도-파키스탄-영국에 걸친 생활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이 이야기를 썼다.

2. 루슈디가 한밤에 태어난 아이는 아니지만 독립하던 해에 태어난 살림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3. 독립 후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인도를 규탄한다. 환상 소설같이 시작을 해놓고 마무리는 비상선언을 하고 독재를 한 인디라 간디 여사(네로의 딸)를 공격하고 싶었다.

4. 인도의 문제는 지배 계층의 문제로 인식했다. 하층민은 선량하다는 것이 기본 인식이다.

시바의 어머니는 아흐메드 시나이의 발가락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들이 아흐메드에게 집중하는 바람에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부유층은 하층민의 피를 빨아먹는 존재이다.

5. 인도의 종교, 문화, 음식, 정치, 사회에 대한 관심과 선별 작업은 31개의 피클통에 담는다

6. 루슈디는 본인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감사와 아버지에 대해서는 우회적 비난한다.

7. 루슈디가 많이 쓰는 단어는 ‘구멍’, ‘거미줄’, ‘거의... 구멍 난 정체성은 거미줄처럼 엮이고 꼬여 거의 불확실하다.

8. 인간의 운명에 대한 성찰은 뱀과 사다리, 어부의 손가락을 통해 알 수 있다.

9. 세상에 대한 용서로 마무리한다. 『한밤의 아이들』아담 아지즈에서 시작하여 아담 시나이로 끝맺었다. 살림과 시바가 뒤바뀐 채 살았지만, 살림이 시바와 파르바타의 아들인 가네샤를 키움으로써 뒤죽박죽 된 세계를 다시 세운다.

10. 『한밤의 아이들』은 루슈디와 살림의 성장소설이다.

*<한밤의 아이들>은 왜 부커상을 세 번 받았는가.

_1981 부커상, 1993 부커 of 부커, 2008 best 부커(부커상 40주년)

 

1. 수미상관 - 이야기 구조가 탄탄. 두 번째 읽으면 '발견'으로 희열이 느낀다.

2. 마술적 사실주의 - 캠브리지 역사학과 출신으로 문화, 역사에 통달하여 현실과 잘 버무리면서 영미권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준다.

3. 화려한 문체 -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준다.

4. 상징적인 것들의 연관성이 이어진다.

5. 1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구조이다.

6. 인생관과 세계관의 총합으로 가족 간의 불화와 투쟁이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

7. 밀림을 통해 주인공이 저승여행을 한다. 저승여행은 고전에 있는 요소, 주인공이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다.


*루슈디 문제

1. 은근히 이슬람을 폄하하고 공격한다. 처음부터 아담 아지즈의 코피로 시작해서 이슬람 관습과 문화를 구식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낸다.

2. 힌두교도에 대한 비난이 이어진다. 폭력적. 파괴의 신 시바가 주인공이다.

3. 페르시아 제국의 초대 황제 키루스 대왕을 중요하지 않은 인물로 설정해 놓고, 나중에는 엄마 치마폭에 쌓인 나약한 사람으로 만든 후, 결국 사이비 종교의 허무맹랑함으로 죽게 한다. -> 이 부분은「악막의 시」(1988년)와 더불어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의 분노를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파트와(즉결처분) 칙령으로 수 십 년을 암살위험에 살았고 지금도 자유롭지는 않다. 결국 본인이 『한밤의 아이들』에서 깨달은 뱀과 사다리에서 뱀을 보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4. 제멋대로인 어순, 단어, 문장기호, 끝없는 수다 - 처음 읽기 시작할 때 지루하고 어지럽다.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한밤의 아이들』

『해리포터』 4권 「불의 잔」에서 파티 장면이 있는데, 해리포터의 파트너로는 파르바티가, 론의 파트너로는 파드마가 등장한다. 파르바티와 파드마는 살림 시나이의 과거와 현재의 여자이다. 2022년에 살만 루슈디를 옹호한 적이 있는 조앤 K 롤링은 아마도 「불의 잔」을 쓴 2000년에도 살만 루슈디에게 특별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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