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서 가셨다.
수서역에서 형님과 함께 당신의 집으로 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확인했다.
일상은 이상보다 힘이 쎄다.
살면서 마주하는 일상은, 머릿속 이상을 압도한다. 가슴속 꿈을 키우는 일보다 다리 힘을 키울 일이다. 그래야 홀로 걸을 수 있다. 휠체어에 앉아 큰 꿈 꾼들 눈앞의 작은 나무가 내게 다가오겠는가. 내가 다가갈 수 있어야지.
보름을 누워 계시던 어르신께서 어느 날 지팡이를 잡고 일어서시더니 한걸음 한 걸음씩 움직이셨다.
밥이 힘이다.
어르신들의 기력은 밥의 양에 비례한다. 숟가락 드실 힘조차 없어 보이시던 어머니께서 한 술 두 술 드시더니 살아나셨다. 놀랍다. 보이지도 않던 밟힌 민들레가 어느 날 하이얀 홀씨를 동그랗게 만들어 내듯 어머니는 살아나셨다.
"항암 하시지 말고, 지금 이 정도 건강 유지하시면서, 잘 드시고, 편하게 지내시는 게 최선입니다. 내년 2월에 오세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온 가족이 함께 살아났다.
한 달 보름여 남짓, 어머님과 함께한 시간들이 풍요로웠다. 차곡차곡 쌓인 아흔 한 해의 삶을 어슴푸레 나마 볼 수 있었던 일상이었다.
당신의 지금이 나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