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모든 아픔을 치유하는 걸까?

뉴올린즈, Bourbon St

by Spero

스팅이 노래한 ‘moon over bourbon street'에 가보았는가?


블루컬러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걸쭉하게 이 거리를 노래한 지적인 그 사내를 오늘밤엔 이토록 많은 군중들 틈 어디에선가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이 거리에서는 환상이 현실처럼, 혹은 현실이 환상처럼 다가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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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nch Quarter에 있는 버본스트리트는 자본주의의 욕망의 배출구가 어떤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밴드가 있고, 그들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는 군상이 있고,

"Lust is Life"라는 네온이 어둠을 밝히며 허슬러 표지모델 같은 여인들이 ‘no cover'라는 피켓을 들고 호객하는 곳,

길모퉁이마다 꼬질꼬질하게 배어 있는 구토물의 냄새,

그 한가운데서 하얀 십자가를 세워놓고 예수를 믿어야 한다며 전도에 나선 크리스천들,

그러나 그들보다는 거리의 악사와 앉은뱅이와 광대가 행인들의 눈길을 잡아매는 곳,

한 블록이 멀다 느껴질 만큼 루이 암스트롱의 쉰 목소리가 마구 펌프질을 해대는 곳,

preservation hall 브라스밴드의 스윙과 비밥에서부터 백인 여성 피아노 연주자와 ’Old time rock'n roll'을 연주하는 남성록 그룹이 혼재하는 곳,

‘st. Louis blues'와 ’american pie', 'crocodile rock'이 노다지 나오는 곳,

신청곡을 적은 냅킨을 1불과 함께 건네면 즉석에서 생음악으로 연주해 주는 곳,

분수 한가운데에서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이 있는 Pat O'Brien's,

그 분위기처럼 얼음처럼 시원하고, 마신뒤 불처럼 뜨겁게 달아오르는 hurricane cocktail,

길가에 자리 잡은 카페 혹은 호텔 2층에서 목걸이를 던져주면 그것을 받은 사람이 고맙다며 옷을 벗어젖히는 곳,

양키라는 선입견에 젖어있는 이방인들에게 Cleole과 Cajun의 문화가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

1840년부터 문을 열었다고 자랑하는 Antinio's 레스토랑과 그 분위기에 걸맞은 불란서식 건축양식,

French Market 옆 cafe de Monde, dauphine이며 Rambert 하는 식의 프랑스어로 된 이정표들,

자동차와 마차가 동시에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곳,

테네시윌리엄스에게 ‘A streetcar named desire'와 ’Cat on a hot thin roof'의 영감을 줬다는 곳,

길모퉁이 카페에서 처음 본 사람들끼리 “Where do you come from?" 하며 금세 친해질 수 있는 곳,

미쳐버린 고흐가 그린 듯한 고만고만한 화랑에 전시된 원색의 그림들,

미시시피강변을 따라 MO FEST의 라이브 재즈가 미풍에 실려 날아오는 곳,

CCR이 "rollin' rollin' rollin' on the river"라고 신나게 노래했던 steam boat,

일흔은 족히 넘었음직한 드러머가 리드하는 유람선의 스윙 악단,

바로 그 드러머와 베이시스트가 이뤄내는 둘만의 절묘한 앙상블,

어둠이 내리면서 불 밝히는 river walk,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매어 두려는 듯 연인을 휘감은 팔목을 풀지 못하는 곳,

거리의 악사와 마술사, 판토마임 연기자,

10대에서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내 삶의 끝까지 웃고 즐겨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의 사람들,

그 요란스러움 뒤로 해일처럼 일어서 엄습해 오는 쓸쓸함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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