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노모를 모시고 커피 한 잔

제주, 중산간

by Spero

젊은 날 제주를 찾을 때면 늘 서귀포나 중문 해변이었다.

언제인가부터 비자림, 사려니숲길, 치유의 숲, 교래자연휴양림 같은 곳을 찾는 빈도수가 잦아졌다.

그래서 중산간지역에 자주 온다.

나이 탓이려니 한다.

고적하고 정겹다.

구순을 맞으신 어머님-난 장모님이란 호칭을 거의 쓰지 않는다-을 모시고 가족들과 제주에 왔다.

중산간지역의 넉넉한 품 안에서 사흘을 보냈다.


어음분교 1963,

폐교를 카페로 바꾼 출입문을 여니 커피 향이 밀려온다.

국민학교시절 교실을 덥히던 조개탄향처럼 친숙하다.

어머님께선 창밖을 물끄러미 응시하셨다.

유리창의 빗물이 홀연히 나타난 햇살에 마를 때까지...

증손자는 휴대폰에 정신없고 나는 그 둘 사이에 놓인 세월의 무게를 헤아렸다.

중문해변에서 중산간에 오기까지의 내 시간이

한라산 어리목 정도는 충분히 오셨을 어머님의 세월 앞에서 숙연해진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 꽃 / 고은)



세월은 가도 제주 바다는 여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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