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바라나시 정션

by Spero

"바라나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요."


델리 소재 힌두교 최대 사원 악샤르담에서 만난 인도 펀자브 주 출신 캐나다 국적의 아누 교수는

렇게 말했다.

관광객 행세를 톡톡히 하고 있는 내게 바로 엊그제 현장으로부터 돌아온 그녀의 설명은 빨리 이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라는 메시지였다.


그렇다면? 서둘러야지!


뉴델리-바라나시 항공편은 소요시간 1시간 남짓,

늘 그렇지만 단거리 비행은 공항까지 오가는 것이 부담이다.

인도하면 철도 여행인데, 문제는 뉴델리-바라나시는 열차 편에 따라 17시간이 더 소요된다.

고민 끝에 특급을 타기로 했다.

반데바랏 특급(Vande Bharat Express)은 8시간 만에 뉴델리-바라나시를 주파한다.

이름에 자부심이 가득 차 있지 않은가?

'반데'는 '찬양하라', '바랏'은 '인도'를 뜻한다.

인도의 국가가 반데 마타람(Vande Mataram)이다. "내 조국을 찬양합니다"(I praise thee, Mother)라는 뜻이다.

"인도를 찬양하라!"는 열차에 몸을 싣고 인도의 성지를 찾아가는 여정,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기차표 예매,

출국 전 ixigo 앱을 깔고 계정 만들고 다 했지만, 맨 마지막 결재 단계에서 더 이상 진전이 안 됐다.

배낭 여행자들의 성지라고 하는 빠하르간지 나빈 가게 도움을 받을까도 생각했지만 열차표 사는 데 뭐가 그리 어려울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앞섰다.

이럴 땐?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뉴델리 역 새벽 4시, 열차 출발 두 시간 전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삐끼들이 엄청 몰려든다.

"야, 너 기차표 못 산다. 사더라도 이틀 뒤에나 탈 수 있다, 내가 아는 여행사 통해 해야 한다"

이럴 땐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무조건 창구로 직행.

모바일 캡처 화면을 제시하면서 말했다.


"나는 이 기차를 타려고 한다."


여행이란 게 늘 그렇듯, 막힌 길(Dead end)은 없다.

부딪히면 되고, 돌아가면 되고, 쉬어가면 된다.

창구 직원이 기차표 예매 주문서를 내놓는다.

16절지 반만 한 갱지에 작고 조악한 칸들이 빼곡히 차있다.

날 보고 이걸 다 쓰라고?

별 내용 아니다.

여권번호, 이름, 성별, 주소지(호텔), 기차번호...

마지막으로 물어본다.

EC? CC?

중앙통로를 사이로 EC는 2-2 좌석,

CC는 3-2 좌석이다.

EC(Executive Chair)가 비싸다.

짜이 한잔 마시고, 커리로 점심 먹고, 한잠 자고 나니 창밖 풍경이 새롭다.

Banaras,

반데 바랏 익스프레스(Vande Bharat Express)는 종착역인 Varanasi Jn에 도착하기 직전 바나라스 역을 통과했다.

바라나시의 어원은 북부 Varuna와 남부 Assi의 물줄기가 합쳐진 것이다.

강가(ganga, 갠지스)에 거의 다 온 것이다.


"역사보다, 전통보다, 전설보다, 아니 그것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오래된 도시. Banaras is older than history, older than tradition, older ever than legand, and looks twice as old as all of them put together." (마크 트웨인)


작가는 아마도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내려가는 허클베리 핀의 심정으로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 혜초 스님은 다섯 개 천축국(天竺國, 인도) 가운데 강력한 왕국의 하나였던 바라나시(카시)의 노을 진 석양을 바라보며 신라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역사를 가득 메운 인파에 휩쓸려,

나는, 다시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나그네 같은 두려움에 젖어들었다.

오 마이 갓!

내가, 이곳에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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