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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ro Nov 11. 2023

남을 사랑하는 법

어머님은 33년 생, 올해로 만 아흔이시다.

5년 전 아버님을 보내신 뒤 부쩍 말 수가  줄으셨다. 귀도 많이 어두워지셨다. TV볼륨이 갈수록 커진다.

올봄까지만 해도 어머님은 노인수영반에 다니셨다. "건강하실 때 내려오셔야지요"라고 간곡하게 청한 큰아들의 제안을 처음엔 거절하시더니 어느날 "그래, 내가 살아 있을 때 가야지" 하시며 단박에 대구행을  결심하셨다. 그렇게 72년의 서울생활을 접으셨다.

그리고 반년만에 딸네 집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겨울 오기 전 어머님 뵈러 가자며 아내와 함께 대구에 갔던 것인데, 우리가 도착한 그날 새벽부터 어머님께서 심한 복통을 앓으셨다. 이틀 만에 어머님을 모시고 서울로 왔다. 1차 진료기관을 거쳐  2차 의료기관에서 CT를 찍고 나니 종합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소견서를 써주었다. 그제 MRI촬영 결과를 들었다.

"담도암 2~3기이십니다. 연로하셔서 수술은 어렵습니다. 통증 완화 약 처방 해드릴게요."

입원? 하고 물으니, 안된다고 했다.

상태가 해지시면? 재차 물으니, 응급실로 오셔야지요 했다.

종합병원 암센터는 어머님의 상태를 그리 위중하게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수많은 환자들 가운데 한 명이고, 노령이셔서 수술은 불가하고, 가족들의 케어를 받으며 남은 여생을 최대한 편히 보내시게 하는 것이 최선이란 설명이었다.

가족들의 케어...

언젠간 올 날이라고 생각한 그날이 온 것 같다.

아직 어머님께선 본인의 상태를 알지 못하신다.

아내가 해주는 밥을 아주 적게 드시고, 거실에서 TV를 보시다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시고, 침대에 누우신다. 밤시간엔 한 시간 반 전후해 화장실에 가신다. 행여 화장실에서 쓰러지실까 아내가 늘 동행한다. 지난밤엔 내가 두 차례 부축했다. 어제 소변검사를 하러 가셨다가 그냥 돌아오셨다. 간밤에 받아 놓은 소변을 병원 문 여는 이른 시간에 갖다 주고 왔다. 당분간 이런 루틴이 반복될 것이다.

다행히 오늘 아침엔 식사를 제법 하셨다. 입맛 돋우는 처방약을 드신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아내는 말했다.

  

나는 두 어머니를 통해 두 가지를 배웠다.

친어머니를 통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장모(난 이 단어가 혀에 감기지 않는다)님을 통해 남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남을 사랑하는 법,

이것은 내가 지난 43년 동안 이 어르신을 통해 배운 것이다.

내가 아내를 만난 것은 1980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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