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과 떡볶이

보글보글 끓는 사이, 우리도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by 신은미

사춘기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딸과
어렵게, 정말 협의(?) 끝에 떡볶이 약속을 잡았다.

이건 내게 꽤 큰 행운이다.

사춘기와의 공생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둘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시간은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진다.

외출 준비는 의외로 금방 끝났다.
나는 청바지에 줄무늬 셔츠, 가벼운 바람막이를 걸쳤고
패션에 민감한 딸은 반바지에 흰 셔츠, 네이비 집업을 골랐다.

4월 초.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패딩이 필요했는데
어느새 외투가 가벼워졌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목련은 갈색을 띠며 천천히 지고 있었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
무심코 팔짱을 끼려다 딸이 살짝 팔을 뺐다.

이상하게도 서운하지 않았다.
나도 그 시절을 지나왔으니까.

오히려 그 어색함이, 조금은 귀엽게 느껴졌다.

떡볶이집은 뷔페식이었다.
재료와 소스를 직접 담아와 끓여 먹는 방식.

떡과 야채, 소스, 튀김, 어묵꼬치까지
하나씩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완벽한 분식의 세계.

우리는 소스를 더 넣을지 말지로 잠깐 실랑이를 했다.
결국, 더 넣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던 국물이 점점 졸아들수록
맛도 더 깊어졌다.

딸은 말없이 먹었고,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아이였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사춘기와 잘 지내게 된다면,
언젠가는 딸이 좋아하는 코스프레 행사도 함께 가고
여행도 함께 떠나고 싶다.

지금은,
이 정도 거리에서 나란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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