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사람의 게으른 구석

나는 왜 손톱깎기를 미루는 걸까

by 신은미

나는 부지런한 편이다.
늘 바쁘게 움직인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시간이 더 익숙하다.

ADHD가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새치 때문에 염색은 2주에 한 번씩 하고,
펌도 주기적으로 한다.
피부과 시술도 빼먹지 않는다.

운동도 한다.
헬스장을 가고, 조깅 코스를 돈다.

틈이 나면 카페에 앉아
에세이를 쓴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자주 만든다.

그래서 엄마는 종종 말한다.
“넌 참 부지런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회사 일도, 집안일도
나름 성실하게 해내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유독 미루게 되는 일이 있다.

손톱깎기.

이상하게도
이건 늘 귀찮다.

손톱이 자라는 걸 보면서도
모른 척 넘긴다.

손톱깎이를 드는 순간은
언제나 비슷하다.

손톱이 깨져서
생활이 불편해졌을 때.

그 전까지는
계속 미룬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내가
왜 이 사소한 일 하나는 미루는 걸까.

생각해보면
나는 늘 큰 것들을 관리하느라
작은 것들을 놓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웃긴 건
손톱이 자주 깨지니까
강화제나 영양제는 또 꼬박꼬박 바른다는 거다.

관리하는 데에는 열심이지만,
정리하는 데에는 느슨한 사람.

어쩌면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손톱깎이는 책상 한켠에 그대로 둔 채,
다른 일을 먼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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