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우울증 치료

병원과 일상 사이, 흔들리며 버틴 하루

by 신은미

퇴근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멨다.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걸음을 재촉해 향한 곳은 신경정신과.

오랜 우울증과 ADHD를 앓고 있는 나는
주기적으로 이곳을 찾는다.

대기실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문득 생각했다.
아, 나처럼 아픔을 느끼고
치료받으러 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그 사실이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

40분쯤 지났을까.
내 이름이 불렸다.

진료실로 성큼성큼 들어가
의사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요즘은 어떠세요?”

나는 미리 적어둔 메모를 꺼내며 말했다.

“요즘 감정 기복이 너무 커요.
불안하고, 생각이 계속 돌아요.”

의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진료기록을 채워나갔다.

나는 말을 이었다.

“이인증 증상이 있어요.
가끔 눈앞이 뿌옇고, 머리가 먹먹하고,
현기증이 나요.
내가 내가 아닌 느낌도 들어요.”

의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고,
지난번 처방에서 약을 조금 조절해주겠다고 했다.

짧지만 긴 시간이 끝났다.

약국에 들러 약을 받고
길 건너 반찬가게에 들어갔다.

간장불고기와 마카로니샐러드,
무장아찌무침을 샀다.

봉투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

청과점 앞을 지나는데
과일의 달콤한 향과
채소의 싱그러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몇 초가
오늘 하루의 작은 이벤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도 나는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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