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서서, 향을 들이마신 아침
출근길,
부드럽게 번지는 봄꽃 향이
내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연보라색 라일락이다.
살짝 달콤하면서도
맑고 투명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막 개봉한 비누처럼
깨끗하고 포근한 느낌.
바쁜 출근길이지만
이 순간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다.
잠시 멈춰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그리고 카메라를 켜
라일락을 앵글에 담는다.
초록 잎의 싱그러움까지 함께.
이걸로는 아쉬워
몇 걸음 더 옮기니
옆 나무에 핀 하얀 라일락이 눈에 들어온다.
풍성하게 피어난 모습을 보니
왠지 건강한 나무 같아
괜히 마음이 놓인다.
조금 더 걷자
분홍빛 철쭉이 나를 반긴다.
차가운 빌딩 사이에서
온화함을 건네는 듯하다.
같은 화단의 노란 수선화도
조용히 고개를 들어
아침 인사를 건넨다.
더는 출근길을 지체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향은 미처 담지 못한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도
내 출근길을 응원하듯
꽃들이 피어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매일 글쓰기 모임이 시작되기 전,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생각.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시작도 하기 전에
괜히 작아지는 마음.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그 안에 들어가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누군가는 먼저 써 내려가고,
누군가는 가볍게 말을 건네고,
나는 그 흐름에 기대
조금씩 따라가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잘 쓰지 못해도,
그저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결국 오늘도,
어떻게든 해낸다.
어쩌면
아침마다 나를 붙잡던 꽃들처럼,
보이지 않게 나를 밀어주는 것들이
내 하루 곳곳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