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했던 프로그램 팀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 연락을 받은 이상 지금 일하고 있는 팀에 이력서를 넣은 사실을 더 숨길 수가 없었고 곧장 메인 작가 선배에게 이력서를 넣었고 면접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선배는 좋은 기회가 왔다며 흔쾌히 면접을 보러 다녀오라고 허락해 주었다.
다음날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여의도 KBS를 찾아갔다. 유치원 때 견학으로 여의도와 KBS홀에 다녀갔었던 기억이 얼핏 났었는데 이곳을 내가 다닐 일터로서 면접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감회도 새롭고 그다지 실감도 나지 않았다. 신관 라운지에 있는 카페에서 면접 보기로 한 작가들을 만나서 3대 1로 면접을 시작했다.
사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이때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아니, 너무 긴장을 해서 원래 기억을 못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이 프로그램은 즐겨 보는지?”, “가장 재밌게 봤던 편은 무엇이었는지?”, “이 프로그램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등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던 것 같다.
원래도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대답을 하고 길지 않은 면접이 끝났다. 살면서 어딜 가나 면접에서는 무조건 붙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수많은 아르바이트의 경험으로...) 이번만큼은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남들처럼 아카데미를 나온 것도 아니고 이름 있는 프로그램을 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경력도 별 볼일 없는 나를 과연 이런 큰 프로그램에서 뽑아줄까?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는 나를 발견했다.
면접이 끝나고는 다시 상암에 있는 TVN으로 출근을 했다. 면접 결과를 궁금해하는 선배들에게는 잘 보고 왔노라 이야기했지만 어느 정도는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그저 다시 묵묵히 내 자리에서 일하다 보면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위로하고 있던 찰나, 다시 한번 전화벨이 울렸다.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어요?”
면접 합격 통보를 받고 곧장 선배들과 일 마무리에 대한 정리를 했다. 선배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를 후배가 놓치지 않고 잡았다는 사실에 같이 기뻐해줬고 일의 마무리에 대해서도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약 일주일간의 인수인계 시간을 벌어서 마지막 출근과 또 첫 출근 날짜를 잡았다.
마지막 회식 겸 송별회를 가지면서 선배들은 새로 일하게 될 곳에서 어떻게 일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과 당부, 그리고 당연히 예쁨 받으면서 일을 잘할 거라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때 깨달았다. 지금의 선배들처럼 나를 위해서 후배들을 붙잡고 기회를 뺏는 선배가 아닌 창창한 후배의 앞길을 응원하고 더 좋은 길로 이끌어줄 수 있는 선배가 되어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