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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Jul 25. 2024

뜻밖에 찾아온 행운,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

  프로그램이 없어진다는 통보를 받고 곧장 이전 팀의 선배들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다행히도 한 선배가 TVN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곳으로 출근하라는 얘기를 해줬고 나는 주저할 것 없이 바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새롭게 일하게 된 곳은 유명 아나운서가 연예인, 비연예인, 정치인 등 출연자의 구분 없이 화제가 되는 인물들을 게스트로 모시고 1대 1 토크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맨 처음 일했던 토크쇼에서 해왔던 일들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업무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금세 적응 할 수 있었다. 다만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고 내내 어려웠던 점은 정치인이 게스트로 결정되었을 때였다. 특별히 정치색도 없고 별 관심도 없는 나는 정치인들의 자료조사를 하는데 나의 무지함에 나 스스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나의 무지함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도무지 관심이 안 가는 것도 문제였다.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아는 게 생기고 그러다 보면 관심도 생기기 마련인데 어쩜 정치 쪽으로는 몇 개월을 일하면서도 내가 지금 뭘 조사하고 무슨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지 감도 못 잡은 채로 일을 기계처럼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이 일하는 막내가 공중파 대표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막내 작가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특히나 남자 작가를 우대한다는 눈이 번쩍 뜨일만한 희소식을 덤으로 얹어주었다. 방송작가 아카데미를 나와서 서로 끌어주는 동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는 작가 선배도 없는 나에게 더없이 중요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지체할 것 없이 나를 이곳으로 불러준 선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력서를 넣어보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물론 이력서를 보낸다고 해서 나를 뽑아준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경력도 별것 없는 나를 면접까지 부를 가능성조차 희박했다. 그렇기에 팀 내에 다른 작가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말고  일단 이력서 넣고 혹시나 면접까지 가게 된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보는 것으로 정리를 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 문제없이 잘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다른데 이력서를 넣겠다고 설레발쳤다가 아무것도 안되면 괜히 나만 욕심과 야망에 눈이 멀어서 지금 프로그램에서는 마음이 뜨고 일도 대충 할 것처럼 비칠 수도 있었다. 이런 선배의 혜안으로 먼저 조용히 이력서를 보냈다.      


  그냥 이력서만 보내기에는 나의 간절함이 닿지 않을 듯하여 자기소개서까지 첨부했었다. 아주 외향적인 성격에 야외 활동을 많이 하며 혼자 이곳저곳 여행을 다닌다는 등 거짓을 조금 보태어 여행 사진을 첨부해서 나를 어필하는 자기소개서를 만들었다. 그렇게 이력서를 보내놓고 약 1주일의 시간이 지났지만 연락은 없었고 홀로 남몰래 김칫국을 마시던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그렇게 포기하고 있을 때쯤 전화가 왔다. 나에게 앞으로 이어질 작가 인생의 지표를 열어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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