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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Jul 22. 2024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프리랜서의 설움

  

  JTBC의 개국과 함께 우리 프로그램도 나름 프라임 타임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종편 개국에 대한 기대감을 필두로 해서 첫 방송은 나름 선방하는 시청률을 보여주기도 했다. 레귤러 하게 매주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스케줄로 돌아가야만 했다.      


  일주일 동안 사례자를 찾고 회의를 해서 촬영 콘셉트와 구성을 짜고 여기에 어울리는 게스트를 섭외하고 촬영할 장소들을 또 섭외하고 구성안대로 촬영을 하면 피디들은 편집을 하고 시사를 다 같이 하고 또다시 다음 촬영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고... 쳇바퀴 도는 나날들이 이 반복되고 있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다음 촬영을 위해 촬영장소를 섭외하고 FD들은 소품을 대여하러 나가고 각자 업무를 보고 있을 때 대표님과 메인작가, 메인 PD들이 따로 이야기를 하겠다며 다른 회의실로 이동했는데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분명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만 같은 안 좋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회의실에서 나온 메인 작가 선배는 작가들 지금 하던 일 전부 멈추고 1층 카페로 가자며 작가 모두를 데리고 나왔다. 선배는 카페에 앉은 작가들에게 결론부터 얘기해서 지금 당장 내일모레 촬영 준비하던 프로그램이 엎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순간에 실업자 백수가 된 셈이다.      


  사정은 이러했다. 이 프로그램은 외주 제작사에서 투자자를 끌고 들어와서 만드는 시스템이었고 그 투자자가 <싸이월드>를 가지고 있는 SK텔레콤이었다. 이미 사양길을 걷고 있던 <싸이월드>가 우리 프로그램에서 홍보가 된다고 한들 다시 한번 옛날의 영광을 찾기에는 시대의 흐름에 너무 뒤처져버렸기 때문에 투자자 측에서는 더 이상의 투자가 무의미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당장 이번 회차 촬영이 들어가면 출연자, 스태프 등등 수억의 돈이 들어가는데 돈줄이 끊겨버린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촬영을 준비하던 PD, 작가, FD 등의 제작진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촬영 취소를 전달하는 연락을 돌렸고 그렇게 JTBC의 개국과 함께 시작한 프로그램은 7회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새 촬영 없이 앞에 촬영해 놓은 분량으로 마지막 회를 만들어야 했기에 작가들은 마지막 남은 시사를 참여하기는 했지만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어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선배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작가들에게 연락을 돌리거나 여유 있는 사람들은 이참에 여행이나 다녀오겠다며 당장 비행기표를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당장 한 달이라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당장 월세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상황이 숨통을 조여오듯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에 무거운 돌멩이 하나를 얹어놓은 것 마냥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프리랜서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 나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선배들도 나를 책임져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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