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바댄스보다 격렬했던 수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줌바 크루들 사이엔 해방감이 흐른다. 끝나고 물을 마시는 그 틈에, 누군가 한숨을 얹어 말했다.
"이번 명절 연휴 긴 거 보셨어요?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
공식적으로는 3일. 하지만 앞뒤 주말까지 끌어당기면 장장 9일짜리 황금연휴다. 누군가에겐 꿈의 휴가. 그런데 이곳의 아줌마들에게 그 달력은 전혀 다르게 읽힌다. 9일간의 ' 가사 노동 수용소 입소 통보서'.
빨간 날의 배신
현직에 있을 때, 나에게 명절 연휴는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학기 초 학사 일정이 나오면 가장 먼저 명절 연휴부터 확인했고, 징검다리 연휴라도 보일 때면 들뜬 마음으로 달력에 동그라미를 쳤다. 연휴가 길수록 "올해 운수대통이네!" 하고 쾌재를 불렀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설레는 줄만 알았다.
퇴직 후에야 알았다. 누군가의 꿀맛 같은 휴식 뒤에는, 그 날수에 정직하게 비례하는 누군가의 독박 노동이 있다는 것을. 연휴가 길면 길수록 '쉬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도 함께 늘어난다. 나는 오랫동안 그 간극의 '쉬는 쪽'에 있었다.
명절이라는 이름의 전투
이들이 명절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히 '일' 때문만은 아니다. 연휴를 일주일 앞둔 시점부터 주부의 머릿속은 이미 전시 상황이다.
냉장고 문을 열고 텅 빈칸을 가늠하며 9일 치, 즉 스물일곱 끼니의 식단을 테트리스 하듯 짜 넣어야 한다. 식구들의 기호와 제사 음식을 조율하다 보면, 냉장고의 냉기보다 더 서늘한 압박감이 밀려온다. 채워도 채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 '냉장고 재고 관리'는 명절이라는 전투의 시작일 뿐이다.
또한 평소엔 집 안 깊숙이 잠자던 해묵은 갈등들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한자리에 모여 기지개를 켠다. 몸도 마음도 쉴 곳이 없다. 황금연휴는 이들에게 그냥 길고 긴 불편함일 뿐이다. 황금이 아니라 그저 눅눅하고 무거운 납덩어리.
'전국 백수·주부 연합' 출범을 선포하며
참다못한 줌바 크루들에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며, 우리도 연합을 만들어서 거리로 나가자고 제안했다.
명절을 줄여라. 쉬는 사람만 쉬는 긴 연휴는 누군가에겐 고역이다. 명절 상여금을 지급하라. 쉬는 날 더 바쁜 이들에게도 떡값은 생존의 문제다. 가사 분담을 의무화하라. 전은 같이 부치고, 복은 같이 받자.
구호는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하지만 웃음 속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나라의 명절은 여전히 어느 쪽에 서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날이다.
줌바수업을 마치고 각자의 가방을 챙겨 체육센터 문을 나서는 길, 우리는 평소처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하지만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우리, 명절 끝나고 꼭 살아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