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홍콩 여행을 꿈꾸다

by 정희




몇 년 전 홍콩에서 돌아온 뒤,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복잡했다. 어디에 가나 사람이 넘쳤고, 잠깐 앉아 숨을 돌릴 커피숍 하나 찾지 못한 채 거리를 헤매던 기억이 남아 있다.

겨울이었는데 호텔은 이상하게 추웠고, 신호등에서는 쉬지 않고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물가도 비쌌다.



그런데 오늘 유튜브에서 홍콩 영상을 보다가, 그만 마음이 흔들렸다.

빨간 택시, 밤거리를 가득 채운 네온사인, 영국식 2층 버스, 좁고 습한 골목. 화면 속 찰나의 장면 하나에 다시 저 거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영상이 잘 만들어진 탓도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홍콩은 꽤 오래된 동경이다. 어린 시절부터 홍콩 무술 영화를 보고 자랐다. 성룡이 좁은 골목을 누비고, 이연걸이 지붕 위를 뛰어다니던 그 배경이 홍콩이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왕가위 영화를 만났다. 아비정전, 화양연화, 중경삼림 등.


그 영화들 속 홍콩은 언제나 밤이었고, 습했고, 외로웠고, 아름다웠다. 나는 그 감각을 동경하며 자랐다. 실제로 홍콩 땅을 밟기 훨씬 전부터, 나는 이미 홍콩을 오래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막상 가보면 그 낭만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왕가위의 홍콩은 영화 속에만 있고, 현실의 홍콩은 분주하고 시끄럽고 빈틈이 없다. 그걸 알면서도, 아니 알기 때문에 더, 다시 가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불편했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이 된다. 홍콩은 나에게 그런 곳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