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속에서 유리를 깨뜨렸다.
자다가 머리가 너무 아파서 깼다. 꿈속에서 싸우고 있었는데, 싸움이 너무 격해지자 몸이 먼저 나를 깨운 것 같다. 뇌졸중 같은 큰 병이 생기려는 건 아닐까 잠깐 무서웠지만, 너무 졸렸다. 두통약을 먹고 다시 잤다. 두려움이 잠을 이기진 못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꿈을 되짚었다. 누구인지 모를 상대방과 싸우고 있었다. 처음엔 계속 이해했다. 계속, 계속. 나는 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무언가가 끊겼다.
소리도 없이, 예고도 없이.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책상 위의 유리를 깼다. 꿈속의 나는 망설임 없었다. 그 순간의 감각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단단하고 차가운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 그리고 나는 깨진 유리로 내 손에 상처를 냈다. 피를 보이며 상대방을 협박했고, 유리 조각을 무기로 들었다.
그 행동이 단순한 분노의 폭발은 아니었던 것 같다. 꿈속에서도 나는 계산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내가 주도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더 이상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지. 손의 상처와 피는 그 계산의 일부였다. 나를 조금 희생해서라도, 이 판을 뒤집겠다는.
끝을 보지 못하고 중간에 놀라 깼지만, 마지막으로 느낀 감각은 분명했다. 상대방이 더 이상 나를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생각했다. 내 무의식은 지금 무엇에 그토록 저항하고 있는 걸까. 누구에게? 아니면 무엇에게? 떠오르는 얼굴이 없지는 않았지만, 곱씹을수록 그게 꼭 특정한 누군가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타인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이해해야 한다'라고 나를 옭아맨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흐트러지면 안 된다', '참아야 한다', '네가 더 크게 봐야 한다'. 오랫동안 내가 나에게 해온 말들.
나는 언제부터 그런 사람이 되었을까. 언제부터 내 비명보다 상대방의 사정을 먼저 들었을까. 그게 미덕인 줄 알았다. 아니, 어쩌면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인 줄 알았던 것 같다. 이해하면 싸우지 않아도 되니까. 싸우지 않으면 잃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꿈속의 나는 유리를 깼다.
머리는 여전히 조금 무겁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뭔가를 잃은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뭔가를 되찾은 것 같은 이 감각. 깨진 것들은 다시 붙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