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휴가가 끝났다. 오랜만에 줌바댄스를 추러 갔다. 멤버들은 아주 기쁨에 들떠 보였다. 오랜 명절 노동을 끝내고, 드디어 해방의 날을 맞이한 것이다. 줌바 스튜디오의 문을 여는 멤버들의 얼굴엔 '생환의 기쁨'이 가득했다.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드디어 이름 대신 '엄마'나 '며느리'로 불리던 시간에서 탈출한 것이다. 서로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우리, 살아 돌아왔구나! “
하지만 웬걸, 강사는 "명절에 맛있는 거 많이 드셨죠? 오늘은 독소 빼는 날입니다. 각오하세요."라며 엄포를 놓았다. 구원자인 줄 알았던 강사가 순식간에 교관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곡이 한곡 두 곡 진행되면서,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음악은 흥겨우나 너무나 힘들어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물을 먹고 와서 조금 쉬어도 여전히 다리가 후들거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스텝이 꼬였다. 강사는 쉴 틈 없이 우리를 몰아붙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다.
강사의 댄스를 따라가기가 너무나 벅차다. 그래도 주변 크루들을 보니 너무나도 잘하고 있었다. 나도 안 되겠다 싶어 힘을 내어 다시 열심히 했으나, 강사의 동작조차 아득하게 보였다.
아이러니했다.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어 찾아온 이곳에서, 우리는 더 가혹한 육체노동을 자처하고 있었다. 이것은 춤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고난인가. 하지만 명절의 그 '노동'과는 결이 달랐다. 적어도 이 땀방울은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한바탕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체육센터 문을 나선다. 몸은 부서질 듯 힘들지만, 마음 한구석엔 기묘한 해방감이 남는다. 우리는 이제 막 전장에서 돌아와 승전고를 울리며 땀을 닦고 있는데, 문득 아직 전선을 지키고 있는 아들이 떠올랐다. 나의 명절은 끝났지만, 누군가의 명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수용소와 다름없음을.
우리 아들은 일이 너무 많아 명절 연휴에도 단 하루만 쉬고 계속 일했다고 한다. 명절이 끝났기에 다시 생업으로 묵묵히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방금까지 느꼈던 생환의 기쁨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