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by 정희




“거실 청소할 때 보니까 손발톱 깎은 게 떨어져 있더라. 자르고 나면 좀 깨끗이 치워.” 남편이 말했다. 나는 손발톱을 거실에서 TV를 보며 깎는 경우가 많았다. 나름대로 치운다고 해도 조각들이 어디론가 튄다. ‘알았어’라고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고민 끝에 화장실에서 깎기로 했다. 변기에 넣고 내리면 . 줍지 않는 것은 편했지만, 발톱을 깎을 때 발을 올릴 때가 마땅치 않아 불편했다.


어느 날 새로운 생각이 났다. 내가 ‘동굴’로 쓰고 있는 아들 방에서 깎으면 된다. 이 방은 내가 마음껏 어질러도 아무 문제없다.


내가 보기엔 너무나 하찮은 일인데 남편은 꼭 꼬집어 말한다. '나 같으면 그냥 청소하고 말았을 텐데.' 입을 다문다.




아들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발톱을 깎다 보니, 기억 속 어딘가에서 누군가 내 손끝을 지적하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몇이 모여 회의하던 시간이었다. 회의 후 “선생님, 좀 남으세요.” 관리자가 말했다.

이유는 내 손톱이 길다는 것이었다. “교사가 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지, 손톱을 이렇게 길게 기르면 안 되지 않겠느냐”는 질책이었다. 갑작스러운 말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알겠습니다.”라고 짧게만 답하고 나왔다.


며칠 동안 그 일을 계속 생각했다. ‘이건 지나친 사생활 침해이자 일종의 인권 침해다.’ 결국 어느 날 관리자실 문을 두드렸다. “며칠을 생각했는데, 그 말씀은 좀 너무하신 것 같습니다. 교사가 손톱을 길렀다고 해서 품위가 손상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게 사과하시는 게 맞다고 봅니다.”라고 내 뜻을 전했다.

그 뒤로 그런 일은 다시없었다.




타인에게 경계를 침해받았을 때, 밖에서와 달리 집에서는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할까. 거의 비슷한 상황인데도 학교에서는 나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