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내가 가끔 무섭다

by 정희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처음 쓰기 시작한 계기는 별거 없었다.

지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올린다는 것이었다.

정년 후, 나도 시간 많은데,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내가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는 것.


오랫동안 수업한 지리 지식과 주변의 소소한 얘기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기록할 생각이었다.

글을 쓰다 보니,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따뜻한 지표면의 풍경을 기록하려 시작한 글쓰기가,

어느덧 지각 아래 숨겨진 거대한 단층과 뜨거운 마그마를 건드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리도 눈을 감고 싶어 했던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의 갈등, 너무 가난해서 공장에 갈 뻔한 이야기,

주변인들과의 불화 등이 자꾸 글에 들어온다.


나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나의 글이 가끔 무섭다.

나의 브런치 서랍에는 발행하지 못하고 넣어둔 글이 많이 있다.

나도 무서운 글들이 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내가 나를 이해하게 된다.

지금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글이 나를 앞질러 가고 있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