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과 운전대: 누가 이 차의 진짜 주인인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은 마치 혁명이었다. 실시간으로 도로 사정을 파악하고, 밀리는 길을 귀신같이 피해 시간을 단축해 주었다. 유료도로도 마다하지 않고 오직 '최단 시간'만을 향해 달렸다. 주인장 주머니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김기사'는 지금 카카오내비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 시절 우리는 그 이름을 정말 애정했다. 거의 매일 사용하다 보니 운전 파트너를 넘어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루는 집에 와 김기사가 시간을 단축해 준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딸아이가 비꼬듯 말했다. "엄마, 김기사를 우리 집 셋째로 입양하는 게 어때? 우리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받아쳤다. "그래, 맞아. 말 안 듣고 반항하는 너희보다 훨씬 낫지."
가끔 남편이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자기 길로 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꼭 한마디 한다. "얘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걸 실시간으로 내려다보는 길의 신이야. 그냥 맡기고 따라가자."
남편은 진지하게 반박했다.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주인이라면, 우리 차의 주인은 내비게이션이고 우리는 그냥 복종하는 로봇이잖아."
듣고 보면 또 그럴듯하다.
그래도 가끔은 내가 아는 길로 가고 싶은 반항심에 남편을 부추긴다. 내비가 안내하는 길을 벗어나면 어김없이 이 말이 들려온다.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길의 신이 내리는 경고처럼. 그 말씀을 거역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여전히 길치이고, 김기사는 나보다 똑똑하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우리가 아는 골목길로 핸들을 꺾는 소소한 반항을 계속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