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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an 29. 2023

첫째는, 네비가 가라는 대로 꼭 안 가도 된다는 거야.

"지금 운전 중 아니야?"

"맞아~ 스피커폰이야."

"대단하다. 나 며칠 전에 운전 연수 끝났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건데 뭐. 너는 나보다 더 잘할걸?"

"진짜 그럴까? 휴.. 네 생각에 초보운전이 알아야 할 게 뭐가 있을까?"

"음..."


저는 잠시 생각하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딱 두 가지가 있어."







고등학교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인 잉어퀸과 점심 약속을 잡으려 통화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마침 며칠 후 그녀가 사는 곳 근처에 갈 일이 있어 카카오톡으로 시간이 되냐고 물었거든요.

좋다고 답이 와서 곧 전화를 걸었습니다.



잉어퀸과 제가 만날 때는 80% 이상의 확률로 쌀국수 가게에 갑니다.

그녀는 심지어 대학생 때 쌀국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둘 다 워낙 좋아해서 달리 먹고 싶은 것이 특정하지 않을 땐 암묵적인 룰처럼 쌀국수를 먹습니다.

다만 보통은 베트남식 쌀국수를 먹는데, 이번엔 제가 잉어퀸네 동네에 맛집이라고 소문난 태국식 쌀국수 가게를 알게 되어서 그리로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똠얌쌀국수도 좋아해서 서울 여기저기에 체인점이 있는 '콘타이'에도 자주 가거든요.

근데 이번에 갈 곳에도 똠얌쌀국수가 있대서 그걸 시키기로 했습니다.



콘타이 똠얌쌀국수입니다. 사진을 보니 또 군침이 싸악-



운전을 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지금 운전 중 아니야?"

"맞아~ 스피커폰이야."

"대단하다. 나 며칠 전에 운전 연수 끝났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건데 뭐. 너는 나보다 더 잘할걸?"

"진짜 그럴까? 휴.. 네 생각에 초보운전이 알아야 할 게 뭐가 있을까?"


"음..."

저는 잠시 생각하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딱 두 가지가 있어."


잉어퀸이 흥미롭게 무엇이냐고 물어서 제 생각을 말해주었습니다.


"첫째는, 네비가 가라는 대로 꼭 안 가도 된다는 거야.


조수석 앉은 사람이랑 대화를 하든 뭘 하든, 어쩌다가 네비에 잠깐 신경을 못 쓸 때가 있거든?

근데 갑자기 잠시 후 우회전입니다. 하고 네비가 말을 해.

그래서 그걸 지키려고 1차선에서 갑자기 4차선으로 가려한다?

이건 사고 나기 십상이거든.


네비는 거의 하나님, 부처님 다음으로 성인군자야.

왜냐면 100번을 틀려도 계속 친절하게 경로를 재탐색해서 다시 알려주거든.

단 한 번도 화를 안 내.


근데 사람 마음이 길을 놓쳤다는 생각에 당황을 하게 되거든?

방금 그 우회전을 놓쳐도 아무 큰 일 안 나.

다음번에 나오는 길에서 우회전해서 가면 되거든.

사실 조금 돌아가는 거지 결국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니까. 


뭐 고속도로를 잘못 탔다고 해도 한 10~15km만 가면 다시 나가는 길이 나와.

그러니까 네비가 말한 대로 안 가도 괜찮으니 당황하지 말고 가면 돼."


"오.. 완전 명심할게. 맞는 얘기다. 두 번째는 뭐야?"



"두 번째는 뒤에서 아무리 빵빵거려도 네 페이스를 지켜. 

나는 규정 속도를 지키고 있는데 뒤에서 빨리 가라고 빵빵거리는 놈팡이도 있고,

사거리 우회전에서 보행자가 있어서 일시정지 하고 있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 크락션 울리는 돌아이도 있어.


뭐 네가 왕복 8차선 고속도로에서 추월차선인 1차선에서 최소 80km 제한인데 70km로 달리고 있거나 우회전 차선을 막고 주차하고 튄다면 빵빵 먹어도 싸지.

근데 네가 그럴 사람이 아니잖아?


나는 지킬 걸 지키면서 내 상황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면서 가고 있는데 꼭 분노조절장애처럼 습관처럼 빵 하는 놈들이 있어.

그때, 주눅 들지 말고 마음 편히 가져.

급하면 지가 어제 오지 그랬슈. 그냥 그러려니, 너는 빵 해라, 나는 지킬 거 지키면서 가는 거다. 해버려."


"와..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다. 고마워. 운전하면서 꼭 기억해 볼게!"


"어. 나 전화하다 보니까 집에 다 왔다. 그럼 금요일 12시에 식당에서 만나! 전화 끊고 식당 주소 보낼게."



집에 올라오면서 차근차근 생각해 보니 꼭 초보운전이 아니라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에서 하라는 대로,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대학 졸업해서 좋은 회사 취업하고, 좋은 회사 취업해서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서 아기 낳고...


너무나 정해진 틀이 많아 하나라도 어긋나면 큰일이 난 것처럼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근데 뭐 꼭 가라는 대로 가야만 하나요?

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닌 것들이 많잖아요.

성공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삶의 모양은 다채로워집니다. 

꼭 가라고 하는 대로 안 가도 됩니다.


남들이 빨리빨리 뭔가를 이룬다고 나도 빨리 할 필요는 없어요.

뒤에서 아무리 빵빵거려도 내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면 그냥 내 속도로 하면 되는 겁니다. 



질문을 던진 건 잉어퀸인데 깨달음을 얻은 건 도리어 접니다.


금요일에 만나면, 아무래도 밥은 제가 사야겠습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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