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사람 살릴 일이 없길 바라지만

by 김이로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시나요?

자동심장충격기(aka 제세동기) 사용법은요?

저는 둘 다 할 줄 몰랐습니다.



남자들은 보통 군대에서 기본적으로 배운다고 들었고요.

요즘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제가 학교 다닐 시절에는 한 번도 기회가 없었고 성인이 되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지하철역을 이용할 때마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자동심장충격기를 볼 때마다 생각했어요.

'저건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건가?

그런데 사용법을 모르는데...

혹시 누가 쓰러지면 저걸 사용하라고 하던데..

괜히 서투르게 나서지 말자.

사용법 아는 사람이 쓸 테니 나는 근처에서 상황만 보고 소극적으로 도움만 줘야지.'







아마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들은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내 일상생활에서 보는 물건이 아닌 것 같은.

TV 속 <외과의사 봉달희>나 <뉴하트>,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만 봤던 기계 같잖아요.

의사 선생님들이랑 간호사 선생님들이 여럿 붙어서 "200줄 차지, 물러서! 샷!" 해야 할 것처럼.



나는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니고 심지어 저 기계를 사용할 줄 모르고,

사용하고 싶지가 않아요.

무서우니까요.

뭐라도 잘 못 될까 봐요.

그러다 내가 책임을 지게 될까 봐요.




벌써 지난해가 된 2022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라지고 첫 번째 맞는 핼러윈 행사.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과 슬픔, 트라우마를 만들었던 끔찍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화면 속 뉴스에 흐릿한 블러처리가 된 장면을 절대 잊지 못합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두 힘없이 늘어져 있고,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랄 것도 없이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에게 달라붙어 구조를 하던 장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지만
앞으로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장면입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에는 항상 남들보다 0.5% 정도 더 관심이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며 살았고요.

연말연시 훈훈한 익명의 기부 사연이나 쓰러진 시민을 도운 퇴근길의 간호사 등이 등장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붉어지곤(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요) 합니다.

그래서 많지는 않더라도, 크지는 않더라도,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인 0.5%의 도움을 주며 살아왔어요.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후에는 심폐소생술에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후여서인지, 지자체에서 발 빠르게 심폐소생술 교육 프로그램을 짰더라고요.

바로 신청을 하고 오늘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저는 참가자들 중 가장 첫 번째로 교육장에 도착했어요.

이름표를 달고 잠깐 목을 축이고 강사님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론 교육을 듣고 그 후에는 실습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환자가 발생하면 의식확인을 하고,

의식이 없으면 119에 직접 신고를 하거나 근처에 있는 특정한 사람의 인상착의를 언급하며 신고 요청을 합니다.

아무나 신고해 주세요 하면 아무도 안 하기 때문이거든요.

빨간 옷 입은 여자분, 신고해 주세요. 검은 모자 쓴 남자분, 신고해 주세요. 하고 특정해야 합니다.

그다음 환자의 호흡이 있는지 확인한 후 호흡이 없을 시 가슴압박을 시행합니다.





가슴압박은 정말 강하게, 쉬지 않고 해야 합니다.

모형 마네킹으로 실습을 할 때는 '딸깍' 소리가 날 때까지 압박을 하라고 합니다.

상당히 깊은 곳에 딸깍 버튼이 있어서 강하게 눌러야 합니다.

1분에 100번~120번을 시행해야 해요.

상당히 빠르고 강하게 해야 해서 손에 멍이 드는 느낌이고 숨이 벅찬 느낌이 금방 옵니다.



그렇지만 몰입해서 실습을 합니다.

이 마네킹이 정말 환자라면?

나에겐 손에 멍이 들 뿐이지만 이 시간이 환자에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유명을 달리하는 시간이라면?

이 생각을 하니 멈출 수 없었어요.




가슴압박 실습이 끝난 후에는 자동심장충격기(제세동기) 사용법을 배웠습니다.

사용법은 생각보다 매우 간단합니다.

심지어 전원을 켜면 안내 음성이 나와 따라서하기만 하면 됩니다.



우선 가슴압박을 교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전제가 있고요.

교대자가 가슴압박을 하는 동안 저는 자동심장충격기의 전원을 켜고 안내 음성에 따라 환자에게 패드를 붙입니다.

2개가 있고요. 붙이는 위치는 패드에도 그림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 후 "떨어지세요" "물러나세요" 등의 안내 음성이 나오면 모두가 환자에게서 손을 떼야합니다.

기계가 환자의 심장 박동을 분석해야 해서요.



그 후 분석이 끝나면 "제세동 필요. 충전 중"과 비슷한 안내 음성이 나옵니다.

그때는 쉬지 않고 다시 가슴 압박을 시행합니다.



그러다 충전이 완료되면 큰 사이렌 소리가 들리며 "충전 완료. 환자와 떨어지세요. 충격 버튼을 누르세요" 같은 음성이 나옵니다.

이 때도 모두가 환자에게서 손을 뗍니다.

그렇지 않으면 손댄 사람이 전기 충격을 함께 받습니다.

모두 손을 떼면 충격 버튼을 누르고, 그 후 바로 다시 가슴 압박을 시작합니다.



비록 마네킹을 두고 실습을 했지만 진짜 환자가 눈앞에 쓰러진 것처럼 제 심장이 더 쿵쾅대고 눈물이 날 듯하며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배우고 나니 무서운 마음도 여전히 있지만, 기계 작동 자체는 생각보다 쉬우며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게 들었습니다.





살면서 사람 살릴 일이 없길 바라지만

만약 그런 순간에 맞닥뜨린다면


두려움을 이겨보려고요.

구해보려고요.

살려보려고요.

한 번, 나서보려고요.



아래는 자동심장충격기의 사용법입니다.

2분 56초예요.

한 번만 봐도 실전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사용법입니다.

나의 2분 56초가 누군가의 56년을 살릴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iZtrjdwY9I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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