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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r 02. 2023

쭈쭈바도 나눠먹던 세대 vs 대화와 접촉이 금지된 세대


너 혈액형 뭐야?



식을 줄 모르는 MBTI가 유행하기 전에는 혈액형 성격 테스트가 유행이었습니다.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유쾌하고, B형은 고집 세며, AB형은 돌아이(?)라는 식으로요.


나름 설문 문항을 스스로 선택해서 나온 결과인 MBTI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예전에는 아무런 근거조차 없는 저 혈액형 테스트를 믿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리고 피가 섞이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음식을 나누어 먹을 때, 혈액형이 같으면 나눠주고 다르면 좀 망설이다가 나누어주곤 했습니다.


 (어차피 결국 나눠줄 텐데 고민했던 게 웃김! ㅎㅎ)


빵이든, 음료수든, 심지어 쭈쭈바든. 침이 섞이던 세대.


우리는 그렇게 피로 맺은 자매가 아닌 침으로(?) 맺은 자매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성별이 다른 친구들끼리 음료수 나눠 먹을 때 입을 대고 먹으면 또 쟤네 간접키스했다 어쨌다 하도 놀려대니까 그럴 땐 음료수병을 좀 떼어서 입을 안 대고 먹었죠.






코로나 이후에 어떻게 바뀌었나요?


2년이 넘는 시간을 코로나를 겪으며 학교에 있었던 학생들은요.


대화 금지. 접촉 금지. 주변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서로에게 '거리를 두라'는 말만 듣고 산 아이들입니다.


설레는 소풍이나 현장학습, 수학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고요.


심지어 같은 반 친구 얼굴의 아래쪽 절반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세대죠.


코로나 첫 해에는 줌에서만 만나니까 이게 진짜 같은 반인지, 사이버 친구인지 혼란스러워도 했고요.


분명 7살 때 만나는 어른마다 "내년이면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겠네~"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설렘에 가슴이 부풀었던 2013년생 아이들은 2020년 5월이나 되어서 처음으로 학교라는 물리적 실체에 발을 디딜 수 있었고요.


친구와 손을 잡을 수도,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던 아이들입니다.


참 안쓰러워요.


그리고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하니, 떼를 부리지도 않고 그저 끄덕거리며 하라는 대로 하던 아이들이라 더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지난 2023년 1월 30일, 방역 당국이 특정한 공간을 제외한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서 사정이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학원에서 눈만 마주치던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입을 볼 수 있어서 그 순간이 무척 기쁘게 다가왔던 생각이 납니다.


우리 학원 아이들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지금에도 대부분 마스크를 하고 있지만, 가끔 물을 마시거나 할 때 마스크를 잠시 벗어 두었다가 조금 지난 뒤에 다시 끼곤 해요.


덕분에 아이들의 얼굴 전체를 볼 수 있어 기쁨입니다.






100% 나쁜 일, 100% 좋은 일은 없듯 코로나를 겪어내면서 얻은 긍정적 측면도 있겠습니다.


일단 저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분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를 생활화하니 겨울철 한두 번 앓고 넘어가던 감기도 피해 갔다는 증언을 많이 합니다.


국민 전체적으로 위생 관리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온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그 원인이 비극적 전염병에 있다 하더라도요.


다만 잃은 것도 아주 많겠죠.


의료진의 고생이라는 사회적 비용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침이 없고요.


지금 단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이 병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 또 이 어마어마한 마스크 쓰레기들이 과연 어디로 갈까 하는 것입니다.


미시경제학적으로 보자면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겼던 마스크 생산 업체들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제 코가 석자긴 한데 그래도 걱정은 돼요.)


이제 코로나 감염 시 일주일인 자가격리가 완전히 해제되고 사실상 코로나 종료 시기가 된다면 당연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마스크 공장은 문을 닫겠죠.


그 공장의 사장님들과 또는 딸린 식구, 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그들의 고국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되는지.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안 불쌍한 사람 없고, 다들 사연이 있다지만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생각을 물속에 수장시키기엔 제 걱정은 수용성이 아닌가 봅니다.






이제 시간이 지나 코로나 종료 시기 이후에 태어나는 아기들은 어떻게 자라게 될까요?


아마 그들의 부모 세대가 코로나를 심하게 앓은 세대이니 여전히 쭈쭈바 나눠먹기는 금지된 채 자랄 것 같습니다.


그 편이 위생적임에 틀림없으니까요.


그래도 개인적 바람은요.


서로 소풍 갈 때 짝꿍의 손을 꼭 잡고 이동하는, 그 정도의 온기는 서로 나누며 자라는 세상은 머지않아 조만간 가능하겠죠?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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